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

2006.06.03 11:44:00

어느새 쌀밥나무라고 불리는 이팝 나무꽃도 다 지고 그 쌀밥을 가꾸기 위해 들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먼 산에는 뻐국기 울어 예고 모내기를 하려고 물을 담아 놓은 논에서는 저녁마다 짝을 찾아 개구리가 울어댄다. 바야흐로 입하 지나고 소만도 지나고 초록이 무르익어 가는 신록의 계절이다. 이쯤이면 누렇게 익은 보리밭 위로 6월의 바람도 윤택하게 흐르고 땅속에선 감자알도 굵어지고 있으리라.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마나 하얀 감자

위 시는 동시작가 권태응님의 감자꽃이라는 시이다. 이 시는 동요로도 작곡되어 책에도 실려 있는 노래이다. 얼마나 쉽고 아름답고 순수함이 느껴지는 동요인가. 그런데 아이들은 이런 노래를 잘 부르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1>
동해물과 백두산이 삼만구천팔백원~~
하느님이 쎄일하사 이만구천팔백원~~
중략~

우리나라 애국가를 저렇게도 능멸할 수 있구나 생각 되었다. 저런 노래들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땅에 대한 집착도 읽을 수 있고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어서 삼천리 방방곡곡 헤집고 다니는 땅투기꾼들에 대한 비판도 들어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2>
길을 걷다 바닥에 붙은 껌에 발목 짤려 와~ 하고 웃어버리고
아라비아 황제가 송유관을 번쩍 들어 내려치니 파리가 죽네.
세상에 반칙이 어디 있나 야구선수 공 잘 친다 [파라라라라라~]
아주까리 메밀꽃에 밤꽃 냄새 정액냄새 상한 게 분명 하구나
부모형제 아내처제 고종사촌 이종사촌 조폭에 팔아버리고
탁 치니 억 죽고 물먹이니 얼싸 죽고 사람이 마분지로 보이냐
중략~

아이들이 위와 같은 노래를 재미있어 하면서 저희들끼리 복사해서 나눠가지고 다니며 열심히 외우고 익히고 있었다.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듯 하면서도 이렇게 끔찍하고 삭막하고 엽기적이며 또 웃기는 노래가 있었다니. 더구나 그 가사와 음은 한번 들으면 다시는 잊혀질 것 같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이런 노래는 부르지 않아야 된다고 누누이 타일렀지만 이미 아이들의 입에 붙어 버린 노래를 어쩌겠는가. 시간이 지나서 서서히 잊혀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위 노래 이외에도 ‘아기염소’라는 노래를 화투치는 아줌마들에 빗대서 신랄하게 풍자해 놓은 노래도 있다. 멋모르고 수업시간 전에 아이들을 집중하게 하기 위해 부르게 했다가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3>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아줌마들 여럿이 화투치고 놀아요 해처럼 밝은 얼굴로
10만원이 왔다 갔다 100만원이 왔다 갔다 1000만원이 왔다갔다~
내 돈 내놔 이년아 내 돈 내놔 이년아 울상을 짓다가
삐뽀삐뽀 경찰차가 오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경찰차가가면은 화투치고 놀아요
해처럼 밝은 얼굴로~

이렇게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들어 보면 동심은 간곳이 없다. 시대에 대한 풍자와 어른들의 비리나 세상에 대한 속된 인식만이 있을 뿐이다. 누군가 아이들이 신나고 재미있어서 부를 수 있는 아이들 취향에 맞는 노래를 지어주었으면 좋겠다. 구태의연한 그런 동요 말고 교과서에서만 배우는 그런 동요 말고 항상 즐겨 부를 수 있는 신나고 재미있는 노래를 지어 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호흡은 우리 어른들보다 빠르다. 그래서 빠른 템포의 단순한 음을 좋아한다. 그러나 교과서에 실린 동요는 노랫말도 재미없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아이들의 속성이 고려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교과서 노래는 공부시간에 배우고 끝이다. 아이들의 생활 속에 끼어들어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노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김용숙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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