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교사 이야기> 집으로 가는 길

2006.07.18 20:48:00

<집으로 가는 길>은 내가 수 년 전에 감명 깊게 보았던 장이모 감독이 만든 중국영화입니다. 장이모 감독은 중국색이 짙은 <국두>와 <홍등> <붉은 수수밭>으로도 유명한 감독입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내용을 보면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여셍은 평생을 교사로 지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는 전통장례식을 고집하는 어머니의 부탁에 고심하다 우연히 사진첩에서 부모님의 약혼식 때 모습을 발견하고 그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회상합니다.

중국의 작은 시골마을, 순진한 18세 처녀 쟈오 디는 마을에 새로 부임한 젊은 초등학교 교사에게 한눈에 반해버립니다. 처음 사랑을 느껴본 그녀는 설레는 가슴에 잠 못 이루고, 그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기를 기대하며 그가 자주 다니는 길목을 서성이고 우물가에서 하릴없이 물을 긷습니다. 어느 날 그 교사는 마을을 떠나게 되고, 쟈오 디는 그에게서 받은 머리핀을 소중히 간직합니다. 어쩌다 머리핀을 잊어버린 그녀는 머리핀을 찾으러 며칠을 자신이 뛰어갔던 그 길로 찾아다니고, 그녀는 흙 속에서 반짝이는 머리핀을 발견합니다.

다시 돌아온다는 교사를 기다리느라 눈보라 치는 들판에 오래 서있던 쟈오 디는 그만 쓰러져버리고 그 소식을 들은 교사는 급히 마을에 다니러왔다가 다시 떠나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긴 이별도 감수하는 두 사람의 사랑은 결실을 맺었고, 40년동안 서로를 아끼며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그런 부모님의 사랑을 회상하던 여셍은 어머니의 뜻에 따라 먼 길을 걸어서 집까지 오는 전통 장례식을 치르기로 합니다. 영화에 그려진 눈발 흩날리는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장례행렬은 '죽은 자가 집으로 오는 길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감명 깊었던 부분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겨울 눈길, 그 먼 길을 따라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장례행렬이었습니다.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해, 그리고 그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잊지 않기를 기원하며 길 위에 늘어선 많은 사람들의 행렬은 장엄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누가 이승을 떠날 때 그토록이나 아름다운 환송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그가 40여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교단을 지켜 온 스승이기에 받을 수 있었던 호사는 아니었을까요?

사회 각계각층에서 달려온 많은 제자들이 스승님을 환송하기 위해 악천후를 뚫고 길 위에 서 있었습니다. 스승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긴 장례행렬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모름기기 교사를 하려면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생을 바쳐 교단을 지켜 사랑과 정성으로 가르치고 그 댓가로 제자들로부터 이웃과 동료들로부터 가족과 친지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받는 교사. 거기에는 본분을 잊지 않은 교사의 평생의 노력과 함께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의 의미도 함께 깃들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내 자신과 우리 동료 교사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가난한 시골 작은 학교의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마치 재벌 총수나 된 듯이 교사들 위에 군림하며 갖은 권위와 힘을 행사 하시는 교장 선생님은 안 계신가요? 또 선배의 연륜과 경험을 무시하며 예의도 모르는 젊은 교사는 안계신가요? 동료의 잘 되는 일을 시기하며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조차 나누지 않으며 각박하게 구는 교사는 없으신가요? 누가 그런 분을 존경할 것이며, 퇴임 후에는 누가 안부 전화 한통이나마 하게 될까요? 외롭고 쓸쓸한 교직의 말년이 되고 말 것입니다.

교직의 길은 사랑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정을 바치는 교육에 대한 사랑. 제자에 대한 그리고 이웃과 동료에 대한 사랑. 더 나아가 인류와 자연에 대한 크고 숭고한 사랑의 마음으로 교단에 선다면 거칠고 험한 외압 정도는 끄떡 않고 버텨낼 태산같은 스승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용숙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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