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가을이다. 가을이 성큼성큼 걸어와 문 앞에 서서 인사를 한다. 하복을 입은 아이들은 춥다며 동복 언제 입냐며 아우성이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선풍기까지 윙윙 돌려대던 때가 며칠 전인데 이젠 창문을 꼭꼭 닫곤 열지를 않는다.
요즘 들어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사란 무엇인가?’ 하는 자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 집단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온통 난도질을 당하는 현실 속에서 교사들은 그저 땡감 씹는 벙어리가 되어야 한다.
교원평가와 관련해서도 수많은 사람들은 ‘평가’란 피상적인 말에 현혹되어 평가를 거부하는 교사집단을 매도하고 있다. 평가의 기준도 모호하고, 평가의 내용도 모호한 상태에서 교원평가를 받으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처럼 생각하는 언론들의 보도를 보고 있자면 그저 답답할 뿐이다.
혹자들은 ‘자신 있으면 왜 평가를 못 받아?’ 하고 묻곤 한다. 그런데 그 혹자들이 생각하는 평가는 자신이 학교에 다닐 때의 단순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준을 모래알처럼 제시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인성’에 대해 이야길 하고, 어떤 사람은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어떤 사람은 ‘아이들 지도’에 대해 이야기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지식’에 대해 이야길 한다.
그런데 교육이란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살펴가며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부대끼며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이다. 탑을 쌓듯 쌓아가다 보면 흠이 생기기도 하고, 간혹 한쪽 귀퉁이가 무너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흠을 메우고 쓰러진 귀퉁이를 다시 세워가며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 교육이다.
이 교육은 비단 학교 현장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부터 시작하여 학교, 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학교에서의 교육이란 그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교육 하면 학교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다 어쩌다 흠집 나는 일이 발생하면 벌 떼처럼 일어나 개미처럼 물어뜯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교육현장에 있는 모든 교사들이 그런 것처럼 싸잡아 비난의 고조를 높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간다.
실제로 교육현장에 있으면 말없이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용돈을 털어 용돈을 주기도 하고, 혼자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먹을거리를 남몰래 주기도 하는 선생님을 볼 수 있다. 헌데 우리 사회는 먹잇감을 사냥하는 사마귀처럼 어쩌다 터지는 일부 교사의 잘못된 행태를 전부인양 몰아세우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성과급 문제만 해도 그렇다. 요즘 한 교원단체에서 성과급 반납 투쟁을 하고 있다. 수백억 원의 성과급을 반납하겠다고 하자 각 교육청에선 받지 않겠다며 실랑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성과급 반납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럼 성과급이란 게 무엇인가?
국어사전을 보면 성과급에 대해, 작업의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임금이라고 적혀 있다. 말 그대로 성과급이란 어떤 일에 대한 성과의 결과물에 대한 임금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성과물이란 물증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인성지도가 그 성과물로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밖의 다른 것도 성과로 측정할 수 없다. 그런대도 교육부는 억지를 쓰다시피 성과급이란 명목의 돈을 줌으로써 교직을 혼란으로 몰아놓고 있다. 또 객관적 기준 없는 성과급 배분도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음을 알 터인데도 몰아붙이는 것을 보면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한 예로, 대부분의 학교에선 성과급을 줄 때 호봉 순으로 순을 매기어 등급을 준다. 그리곤 일부 학교에선 똑같이 배분하기도 한다. 말이 성과급이지 한 마디로 성과와는 상관없이 성과급이 배분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어떤 교육행위를 성과물로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형의 것을 유형으로 것으로 환산하여 그 결과를 매긴다면 주관적 잣대가 개입하기 마련이고, 이는 일선 현장에서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는 많은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일도 그렇겠지만 교육은 기다림이다. 기다림이 없이 성급한 결과만을 얻고자 한다면 꼭 부작용이 따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번 교원평가를 강행하고, 성과급제를 밀어붙이는 것이 자신들의 행정적 성과를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평가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기다리며 좀 더 나은 방법을 찾는 지혜도 생각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