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가 입에 붙은 우리 아이들

2006.10.27 16:40:00

“나도 딸이 있지만 내 딸도 그럴까봐 걱정이 돼요.”
“왜요. 무슨 일 있었나요?”
“지난 일요일 우리 집 가게에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밥 먹으로 왔는데 어찌나 입이 걸던지 듣기가 민망했거든요.”

몸이 안 좋아 자주 가는 한의원에 치료 받으러 갔을 때 간호사가 날 보고 한 말이다. 그 간호사의 남편은 식당을 운영하는데 쉬는 날이면 남편의 가게에서 일을 도와준다고 했다. 그날 삼십여 명쯤의 여고생들이 밥을 먹으러 와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들을 주고받았는데 그 간호사에겐 무척 거북할 정도로 듣기 싫었다 한다.

요즘 아이들의 언어행태를 보면 두세 마디에 한 마디씩의 욕설 비슷한 게 들어간다. 아이들 세계에선 그저 단순한 대화의 형태이지만 나이가 좀 든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얼굴 뜨거운 말들도 많다.

학교에서 얌전히 공부만 한 아이들도 저희들끼리 만나 대화를 하는 걸 보면 욕설이 다반사로 흘러나오는 걸 볼 수 있다. 그런 아일 보고 ‘너도 그런 욕 하니?’ 하고 물으면 옆에 있는 아이들은 무에 그리 신나는지 ‘얘, 엄청 잘해요. 안 하는 척 하는 거예요.’ 하고 일러바친다.

요즘 부모들은 자신의 아들 딸은 행동이 바르고 욕설 같은 건 안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눈앞에선 욕설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 밖에만 벗어나면 무의식적인 언어들이 튀어나온다.

언어뿐만이 아니다. 점심시간 무렵이면 교실의 복도는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매점에서 과자나 아이스크림, 빵 등을 사먹고 교실에 들어오면서 훌쩍 아무데나 던져버린다. 매일 주의를 주고, 훈계를 해도 그때뿐일 때가 많다.

단속이 심하다 싶으면 눈에 잘 뜨지 않는데 쑤셔 놓기 십상이다. 창틀 귀퉁이나 텔레비전 밑 틈새에 꼬깃꼬깃 접어서 쑤셔 박아 놓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지식 교육은 물론 생활교육,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특히 자기가 먹고 남은 것들을 버리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의 습관이기 때문에 쉽게 바로잡히지 않는다. 그건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른들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이들한테 무조건 뭐라고 하기도 부끄럽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곤 차 밖으로 공초를 휙휙 던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것이다. 차에서뿐만 아니라 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그런 모습을 아이와 함께 가다가 보면 아이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아빠, 저 아저씨 쓰레기 버렸다. 그럼 나쁜 사람이지? 근데 아빠는 안 버려?”
“으응. 안 안 버려….”

어물쩍 안 버린다고 말하며 넘어가지만 양심은 뜨끔하다. 나 또한 무심결에 버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눈은 무섭다. 가끔 아이에게 ‘너 이 녀석.’ 하면 아들 녀석은 ‘아빤 왜 욕해. 우리 보곤 욕 하지 말라고 하면서.’ 하고 따진다. ‘그건 욕이 아니야.’ 하는 궁색한 변명을 하기도 하지만 ‘녀석’이란 말이 아이에겐 욕으로 들리고 아빠라는 사람은 스스로의 말을 어긴 사람으로 비쳐지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의 욕은 우리 어른들로부터 배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른들이 만든 영화, 드라마나 무심결에 일상에서 하는 욕들로부터 어릴 때부터 노출된 우리 아이들은 부지불식간에 욕을 체득하며 산다고 볼 수 있다.

언어는 그 사회를 반영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비속어들과 된소리 거센소리의 언어들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거칠고 팍팍함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 딸도 그럴까봐 걱정된다고 하는 그 간호사의 말은 우리 모두의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 아이들은 비속어에 노출되어 있고 비속어를 다반사로 일상화하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언어가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반영한다고 보면 그냥 넘길만한 것도 아니다. 이제라도 아이들의 언어교육에 우리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하리라 본다. 어른들의 언어교육도.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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