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치가시>. 책 표지엔 붓글씨체로 커다랗게 '준치가시'가 쓰여 있다. 그리고 그 밑엔 자신의 몸길이의 삼분의 일 정도나 되는 커다란 눈망울을 한 호기심 가득한 모습의 귀여운 물고기 한 마리가 자리 잡고 있다.
표지를 보다가 첫 장을 펼치면 '어, 이게 뭐야?'하는 반문을 하게 된다. 옅은 파랑과 보랏빛 수초 위로 아주 작은 녀석이 눈망울만 멀뚱히 뜬 채 어디인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 면을 자세히, 정말 아주 자세히 살펴보면 짧은 글귀가 쓰여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준치는 옛날엔
가시 없던 고기."
백석 시인의 '준치가시'란 시를 모르는 어린이나 어른들은 정말 '이게 뭐야?'하는 반문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작은 웃음과 함께 하나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준치'라는 고기가 가시가 생기게 되었는가를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그럼 '준치가시'란 시의 맛을 잠깐 보자.
준치는 옛날엔 / 가시 없던 고기.
준치는 가시가 / 부러웠네.
언제나 언제나 / 가시가 부러웠네.
준치는 어느 날 / 생각다 못해
고기들이 모인 데로 / 찾아갔네.
큰 고기, 작은 고기, / 푸른 고기, 붉은 고기.
고기들이 모일 데로 / 찾아갔네.
고기들을 찾아가 / 준치는 말했네.
가시를 하나씩만 / 꽂아달라고.
고기들은 준치를 / 반겨 맞으며
준치가 달라는 / 가시 주었네.
저마끔 가시들을 / 꽂아주었네.
(중략)
그러나 고기들의 / 아름다운 마음!
가시 없던 준치에게 / 가시를 더 주려
달아나는 준치의 / 꼬리를 따르며
그 꼬리에 자꾸만 / 가시를 꽂았네.
그 꼬리에 자꾸만 / 가시를 꽂았네.
이때부터 준치는 / 가시 많은 고기,
꼬리에 더욱이 / 가시 많은 고기.
준치를 먹을 땐 / *나물지 말자.
가시가 많다고 / 나물지 말자.
크고 작은 고기들의 / 아름다운 마음인
준치가시를 / 나물지 말자.
시를 읽어보면 준치라는 고기가 왜 가시가 많이 있는지를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가시가 없던 준치가 가시 있는 고기를 부러워하여 가시가 많은 고기들을 찾아가서 가시를 얻게 됐다는 내용이다.
어느 정도 가시를 얻은 준치가 고기의 무리로부터 벗어나려 하자 다른 고기들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준치를 따라가며 꼬리에 가시를 꽂아주고, 꽂아주어 지금 준치엔 가시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꼬리에. 그러면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준치를 먹을 때 가시가 많다고 나물지 말자고'.
헌데 가만히 살펴보면 '준치가시'란 시는 하나의 이야기 구조가 있음을 볼 수 있다. 본래 가시 없던 고기인 준치가 어떻게 해서 많은 가시를 지닌 고기가 되었는지를. 그건 백석이란 시인이 예부터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 즉 준치가 가시가 많아진 유래담을 시로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는 일종의 '동화시'라 할 수 있다. 그런 시에 화가 김세현의 민화 같은 단순하면서도 질박한 그림이 곁들어져 조금은 익살스런 느낌을 들게 한다.
특히 가시 없는 준치에게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반가운, 호기심 많은 표정을 하고 가시를 나눠주는 장면에선 절로 미소를 돌게 한다. 또 역동적인 그림과 시의 여백 속에서 독자는 잔잔한 여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이 책의 맛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짧은 시에 그림이 어우러진 얇은 책이지만 엄마와 아이들 간에는 많은 질문들이 오고 갈 수 있다. 준치에 얽힌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가시가 없는 준치가 왜 가시를 원했는가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시가 많이 생긴 준치는 행복했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다.
그림 동화시집 <준치가시>는 유아의 어린 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함께 읽으며 상상력도 넓히고,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한 책이다. 따라서 아이 혼자 보고 덮기보다는 엄마나, 아빠가 함께 읽고 작은 생각들을 나누며 읽으면 더없이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