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 '농게의 모험'

2007.02.13 21:25:00



여름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갯벌에 가곤 한다. 조개도 잡고, 칠게 같은 여러 생물도 잡으며 아이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곤 했다. 아이들은 갯벌을 헤집으며 쏜살같이 달리는 작은 게들을 잡기 위해 달려가지만 작은 게들은 아이들보다 빨랐다. 그러다 용케 잡으면 비닐봉지나 병에 넣어 가지고 왔다. 그러나 잡에 가지고 오기도 전에 바다 생물들은 대부분 죽어 있었다.

또 하나, 바다에 가면 여러 생물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바닷가에서 만난 생명체 중에서 가장 징그러운 동물이 있었다. 풍뎅이 모양을 하고 지내처럼 다리가 많은 그 생명체는 바위틈이나 위에 슬금슬금 나타나 아이들과 날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그런데 이제 고녀석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갯강구다. 갯강구는 물이 잘 들지 않은 바위 지대에 사는 절지동물로 쥐며느리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바닷가의 청소부로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징그러운 모습과는 달리 궂은일을 하는 좋은 녀석인 것이다.

이밖에도 많이 보아왔지만 이름을 모른 채 그냥 지나쳤던 따개비나 달랑게, 보리멸, 칠게라는 생물도 이제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겟벌의 소중함을 다루고 있는 김종문의 <농게의 모험>이란 책에서다.

이 책은 ‘농게’가 자신에게 닥친 많은 역경과 어려움을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 과정을 삽화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갯벌생물들에게 그들의 서식처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

이 책에서 ‘농게’의 모험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다. 순전히 타의에 의해서이다. 어느 날 민철이와 민철이네 가족은 갯벌 체험을 하게 된다. 민철이는 신이 나서 말뚝망둥어나 칠게를 잡으려고 갯벌을 돌아다닌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을 친다. 갯벌에선 사람보다 망둥어나 칠게가 달리기 선수이기 때문이다.

매번 자신이 원하던 것들을 놓친 민철이 눈앞에 아주 멋진 녀석이 나타난다. 왼쪽 집게발이 유난히 큰 농게이다. 그 농게를 본 민철인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킨 민철인 살금살금 농게에게 다가간다. 농게를 잡기 위해서다. 그러나 농게 앞에 거의 다 왔을 때 민철인 갯벌에 철퍼덕 넘어지고 농게는 자신의 집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민철인 농게가 들어간 구멍 가까이에 손을 대고 농게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 결국 농게를 잡고 만다. 농게를 잡은 민철인 득의양양하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통속에 농게를 집어넣지만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농게의 서식처가 아닌 갯바위 위에 놓아둔다. 이때부터 농게의 원하지 않은 모험 아닌 모험이 시작된다.

“안 돼, 안 돼. 이곳은 우리 집이 아니야. 날 이곳에 놓아두면 안 된다고!”

농게의 외침에도 아랑곳 않고 민철인 차를 타고 집으로 가버린다. 그리고 갯바위에 놓인 농게는 바위게와 갯강구를 만나 위로를 받으며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가던 중 괭이갈메기에게 붙잡히게 된다. 이때부터 낯선 곳에서 농게의 외롭고도 힘든 여행이 시작되고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서식처로 기진맥진한 채 돌아온다.

그 과정 속에서 농게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그들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고, 서로 도와가며 여러 어려움을 헤쳐 나가게 된다. 인간의 사소한 욕심이 한 갯벌생물의 고난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여름이면 많은 개인이나 단체에서 현장학습이나 갯벌체험이란 이름으로 바다로 갯벌로 향하곤 한다. 그리고 수많은 발자국을 찍으며 갯벌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잡아온다. 이로 인해 갯벌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 것들이 다른 생명체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농게의 모험>이라는 짧은 동화를 통해서 그런 사람들의 모습과 갯벌에 대한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단 한 명의 어린이에게라도 갯벌생물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사랑의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기쁘겠다고.

지금도 개발논리에 의해 수많은 갯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갯벌의 보존이 우선이냐 개발을 통한 인간의 편리와 이익이 우선이냐 하는 문제로 숱한 갈등도 일어나고 있다.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가는 하는 기준은 없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이 서로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인간을 위해서나 자연(갯벌)을 위해서나 올바른 것이 아닌지 싶다.

사람도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으면 엄청난 두려움과 충격에 빠져 절망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종들이 서식처를 잃었을 땐 어떨까 하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농게의 모험>은 갯벌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에 대해 알아가는 책도 되지만 갯벌에서 사는 생물들에게 얼마니 소중한 곳인지를 일깨우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어른이나 어린이들에게 갯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동화라 할 수 있다.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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