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의 ‘시작할 때가 언제나 가장 좋다’는 말에는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이 잘 표현 되어 있다. 우리는 늘 새로이 시작하며 살아간다. 하루를 시작하고 한달을 시작하고 새로운 계획으로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리고 시작에는 늘 끝이 있고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제 학교는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서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상급 학교에 진학하거나 한 학년을 마치고 새학년을 맞이한 아이들은 새담임 선생님과 새 친구들이 무척 궁금할 것이다. 아이들처럼 교사도 새학년에는 어떤 아이들을 맡게 될까 하는 기대와 설렘으로 살짝 긴장을 하게 된다.
해마다 늘 출발선에 서서 새로운 각오로 마음을 다지지만 처음 마음처럼 충전된 에너지와 열정으로만 한해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치고 힘들 때도 있고 아주 가끔은 과연 교직이 나의 천직인가 되돌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일에도 지치지 않고 다시 교단에 서는 힘 있고 의연한 교사가 되기를 바란다. 호구지책을 위해 월급 받아먹는 교사가 아니라 사랑과 봉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거기에서 보람과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발선에 다시 서서 자신들을 이끌어준 선생님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야겠다. 그들보다 내가 더 나은 것은 나는 그들보다 더 먼저 세상에 태어나 인생 경험이 더 많고, 더 많이 배워 다양한 지식을 가르쳐 줄 수 있으며,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경험과 지식으로 삶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이냐? 한 인간은 하나의 우주와 같이 소중한 존재인데 그들을 인도하는 지도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들이 나를 따라 오고 나의 행동을 본받고 나의 지시를 받으며 인생의 가냘픈 날개짓을 시작하려 하고 있는 것이. 나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으며 나는 잠시라도 그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있는 곳에 내가 있고 그들이 학교에서 겪는 작은 소란이나 고통 그리고 기쁨과 행복에도 나는 늘 함께 하리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