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승의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즈음엔 나는 나를 오늘까지 키워주신 마음의 스승이 계신가 생각해 보게 된다. 학창시절 나는 늘 다른 아이들 틈에 섞여 없는 듯 있는 듯 존재감 없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스승이라고까지 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그저 그런 선생님들뿐이고 스승으로 기억에 남는 분을 가지지 않았다. 그렇게 말썽 없이 무난히 학교생활을 마치고 지금 나는 나의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늘 존재감 없는 소극적이며 소심한 학생에 대한 배려를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의 생활에 영향을 끼친 몇 몇 선생님이 떠오르는데 한분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이다. 어느 음악 수업시간이었다. 선생님은 노래지도를 마친 후 학생들 하나하나 교실 앞으로 불러내어 노래를 시키셨다. 다른 사람 앞에 나서서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줄 모르던 소심한 나는 차례가 올 때까지 얼마나 떨리던지 그리고 급기야 나의 차례가 되었다. 나는 입도 크게 부르며 팔도 박자에 맞춰 흔들며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너무 떤 나머지 나의 목소리는 모기 소리만하고 목소리는 덜덜덜 떨려 나왔다. 그러자 선생님은 나의 모양과 목소리를 얄밉게 생각하셨는지 지나치게 과장되게 나의 행동과 입모양 그리고 목소리를 흉내 내며 비아냥거렸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이 ‘와!’ 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너무도 창피하고 당황스러워 울고 싶었다. 그 이후로 다시는 남들 앞에 나서서 노래를 부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음악시간이 너무도 싫었다. 그 선생님도 무척 싫어졌다. 최근에서야 겨우 극복하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곤 하지만 지금도 남 앞에서 노래 부르기는 참 싫은 일 중의 하나다.
또 다른 한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으로 내가 평소에 많은 책을 읽는다는 것을 알고는 학교도서실 도서관리 학생으로 나를 추천해 주셨다. 그 덕분에 나는 도서관의 책을 내 마음대로 가져다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에 읽은 수 많은 동화와 소설들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자양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한번은 일기장에 ‘너는 글쓰는 재주가 있구나’라고 한마디 적어 주셨다. 그 선생님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늘 그렇게 일기장에 칭찬과 격려의 말을 적어 주시곤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다지 글 쓰는 재주가 뛰어난 것도 아닌데도 나는 지금까지 글쓰기를 좋아하며 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살고 있다.
이 두 분 선생님이 상반된 느낌으로 아직까지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은 한분은 학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고 한 분은 학생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리고 예민한 시절에 받은 상처는 참으로 오래간다. 어린나무의 생채기가 나무의 자람에 따라 함께 커 간다는 걸 안다면 우리 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것이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들의 성장과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아이들의 의식의 성장을 돕는 자양분은 칭찬과 격려이다. 그래서 우리 교사들은 항상 옷깃을 여미는 심정으로 교단에 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참 스승으로 오래도록 제자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