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실시된 각 대학의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에 따라 아이들의 합격 여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아이들의 희비 또한 엇갈린다. 생각지도 않은 합격에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합격을 장담했던 아이들이 떨어져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다.
사실 1차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들은 등록 유무에 관계없이 수시 2차,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어서 구태여 보충수업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일까? 아이 중 몇 명은 합격과 동시에 보충수업 불참의사를 밝혔다. 그렇다고 담임으로서 아이들의 요구를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더군다나 무더운 날씨에도 보충수업을 잘 받아 왔기에 아이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주고 싶었다.
지난주 토요일(8월 2일).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들을 교무실로 불러 보충수업 참여 여부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 아이들은 가정학습을 하며 쉬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몇 명은 그동안 미루어 왔던 여행을 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겠다고 하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대학입시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해 보였다. 아이들에게 축하의 말과 더불어 간단한 주의사항을 주지시키고 난 뒤,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하였다. 내 허락에 아이들은 마치 입시 지옥에서 해방이라도 된 듯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큰소리로 대답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우렁찬 아이들의 대답에 내 기분마저 좋아졌다. 어쩌면 아이들은 이 기쁨을 맛보려고 고등학교 학창시절 2년 반 동안의 온갖 어려움을 참고 견디어 왔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그와 같은 시련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영광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아이들은 모의고사 성적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야간자율학습으로 인한 부족한 잠 때문에 수업시간 졸다가 선생님으로부터 야단맞을 일도 없을 것이다. 매일 시간에 쫓겨 제대로 숨 쉴 틈이 없었는데 이제는 다소 여유를 부리며 생활할 수 있으리라.
보충수업 마지막 주가 시작된 월요일(8월 4일) 아침. 교실 문을 열자 수시모집 합격자의 불참 때문인지 지난주보다 빈자리가 눈에 많이 띠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수시모집에 합격한 2명의 여학생이 출석하여 나를 놀라게 하였다.
“너희 어떻게 된 거니?”
“선생님, 저희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빠지지 않기로 했어요.”
그 중 한 아이는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3일)을 꼭 치러 고등학교 학창시절 대미를 장식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른 한 아이는 합격하지 않는 친한 친구를 위해 동고동락(同苦同樂)을 같이 하겠다며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두 아이에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며 남은 방학을 이용해 합격한 학과와 관련된 과목을 찾아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을 해주었지만,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하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결국, 그날 두 아이는 나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에 참가하였다.
아직 1차 수시모집 전형이 끝나지 않았다. 계속되는 합격자 발표에 교실분위기는 다시 술렁일 것이다. 수시모집에 지원한 모든 아이들이 합격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불합격에 따른 후유증으로 우리 아이들이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그 영향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향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나머지 아이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담임으로서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아이들의 마음이 더 이상 해이해지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합격한 아이에겐 축하를,
불합격한 아이에겐 격려를,
수능시험을 치르는 아이에겐 담근 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