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모집 전형료, 꼭 그렇게 비싸야만 하는가
9월 초부터 시작된 대학 수시모집 2차는 사상 초유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부분의 대학이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으며 특히 수도권 모 대학 OO과의 경우, 세 자릿수 경쟁률을 나타내 수험생과 학부모를 놀라게 하였다.
이와 같은 경쟁률은 올 수능시험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언론보도와 달라지는 수능점수제(표준점수와 백분위 표기) 탓이라고 입시 전문가는 밝혔다. 더군다나 복수지원이 허용됨에 따라 한 학생이 여러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현 입시제도가 경쟁률을 부추기는데 한몫 하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불합리한 입시제도로 득(得)을 보는 것은 학생이 아니라 대학 측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수시 모집이 끝날 때마다 각 대학은 몇 십 억의 수익을 챙긴다고 한다. 반면 터무니없이 비싼 전형료(최하 2만 원, 최고 10만 원)에 허리가 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학부모일 수밖에 없다.
전형요소(학생부, 면접 구술, 논술, 적성·인성검사, 예·체능 실기 등)에 따라 전형료 또한 천차만별하다. 설상가상으로 인터넷 접수 시 수수료(5000원)까지 수험생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경우 전형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1단계 학교 내신으로만 전형하는 대학의 경우, 전형료 일체를 환급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1단계에서 5배 수 이상의 학생을 뽑은 뒤 2단계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은 1단계에 떨어진 학생에 한해서만 전형료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 관례가 된 지도 오래다. 그러나 문제는 배(倍)도 아닌 그 이상(5배내지 7배)의 인원을 1단계에서 선발하는 대학 측의 저의다. 물론 많은 수험생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좋으나 자칫 잘못하면 대학 측이 전형료를 착취하려는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비교적 내신 성적이 좋은 우리 학급 한 아이의 경우, 수시 모집 마감 몇 시간 전까지 전형료를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 간신히 원서 접수를 하여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아이의 고민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내신이 워낙 좋은 아이라 1단계 전형에서 합격을 한다고 가정을 했을 때 2단계 전형을 위해 그 아이는 대학이 있는 서울로 가야만 할 것이고 거기에 따른 경비(차비와 숙식비)는 몇십 만원이 족히 될 것이다.
모든 대학의 원서접수가 인터넷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한 여학생의 경우, 자신의 성적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집에서 원서를 접수한 대학이 무려 5개 이상이 넘어 담임인 나를 놀라게 하였다. 한편, 한 남학생은 인터넷으로 원서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학과 선택을 잘못하여 원하지 않는 학과에 가게 되었다며 하소연하기도 하였다. 이에 일선학교 진학교사들은 원서를 접수하기 전에 아이들과의 철저한 상담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막무가내 원서접수는 학부모들이 학교를 믿지 못하는 현상에까지 이르게 한다. 아이들의 대학 선택이 몇 번의 클릭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에 학부모 또한 놀라는 눈치다. 그뿐만 아니라, 원서접수 기간 교무실은 아이들의 원서접수로 북새통을 이룰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짧은 기간 내 한 아이가 몇 개 이상의 원서를 접수하다 보니 아이들은 불가피하게 수업을 빼먹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아이들은 치솟은 경쟁률에 속이 타들어 간 지 오래고, 2단계 전형(논술, 심층면접․구술 등)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 하다. 만에 하나라도 지원한 대학에 한곳이라도 붙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 아이들은 깊은 시름에 빠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발표된 경쟁률에 우리 아이들이 지레짐작 겁을 먹고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는 일이다. 얼마 남지 않은 수능시험을 위해 온 힘을 다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