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와 사교육비

2010.02.25 09:38:00

그동안 정부의 사교육경감대책 일환으로 일선학교에서는 방과후 학교에 대한 지원이 대폭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그에 따라 어느 정도 정착되어 가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 된다. 그런데 처음 의도대로 방과후 학교 활성화로 인해 사교육비 경감이 얼마나 이뤄졌으며 학생들의 특기신장과 창의력 개발에 어느 정도의 도움을 줬는지, 또 그만한 호응을 학부모로부터 받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물론 학교마다 실정이 모두 다르며 도시와 농어촌의 상황이 또한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방과후 학교의 실시에 따른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 새로운 방향으로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는 수년전에 중국의 초등학교(베이징대부설초등학교)를 방문해 학교 시설과 학교의 구조 학교 구성원의 조직 그리고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교과와 학제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베이징대부설초는 중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교육 현장이라 할 수 있는 초등학교로서 시설은 그다지 최첨단이라고까지는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러한 시설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치되어 있었으며 미래 지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전 수업은 주지교과 수업을 담임교사에 의해서 실시하고 점심 식사 후 오후시간은 학생들이 자신의 특기와 소질을 계발하는 각 부서로 모여서 전문적인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그것이 우리가 현재 실시하고 있는 방과후 학교와 비슷한 교육활동이었다. 각 부서에는 그 분야에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각 부서의 교사나 정규 교육과정을 지도하는 교사나 크게 차별을 두지 않은 듯했다.

우리나라의 현재 방과후 학교 실태를 분석해 보면 그만한 시설여건이 갖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방과후 학교를 운영할 전문적인 특별실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방과후 학교는 대부분 수업이 빨리 끝나는 저학년 교실을 이용하게 된다. 이에 저학년 담임선생님들은 학생들의 하교 후 차분히 교실 정리를 하고 내일의 수업 준비를 하거나 밀린 사무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일을 할 수 없다. 또 방과후 교사는 교사대로 수업 전에 미리 학생들을 지도할 준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의 교실에서 눈치를 보는 실정이다. 우선 급한 대로 방과후 교사 휴게실이나 교사들이 업무를 볼 수 있는 일할 수 있는 시설이라도 갖춰지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 물론 교사들이 일할 수 있는 연수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요즘 업무는 공문서 작성, 기획안 작성, 교육계획작성, 성적처리, 생활기록부 누가 기록 등 컴퓨터 없이는 할 수 없다. 그런데 담임교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컴퓨터는 교실의 컴퓨터 밖에 없으니 연수실이 아무리 크고 넓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방과후 학교에 교실을 내어 주고 배회하는 교사들을 종종 복도에서 마주치면 서로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또 방과후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호응이 좋지 않은 학교도 있다. 그런데 학생들의 유입요인을 개선하여 자연스럽게 활성화 시키려는 노력보다 의무참여로 학교의 정규 과정처럼 운영하므로 방과후 부서활동이 끝난 아이들이 다시 학원으로 빠져 나간다. 이래저래 더 힘들어진 것은 학생들이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방과후에 참여 했다가 다시 학원에 가야 하는 것이다.

학원은 학원 나름대로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전문적인 교육을 시키고 있기 때문에 늘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교교육과 방과후 학교는 비교 대상이 되곤 한다. 또 학원은 교육 서비스 정신이 오히려 공교육인 학교교육보다 더 철저하기도 하다. 아이들의 안전한 귀가를 책임져 주기도 하고 맞벌이 하는 부부의 아이들을 늦은 시간까지 관리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암암리에 공교육과 사교육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 오히려 더욱 힘들어진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학교교육과 방과후 학교 교육으로 충분한 교육을 받으므로 학원을 안 다니게 된 학생을 조사해 보면 방과후 학교의 현 주소를 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교육비 총 규모는 약 21조 6000억원으로 전년(20조 9000억원) 대비 3.4%나 증가했다고 한다. 교육당국이 학원 불법영업 신고포상금제(학파라치제)를 도입하는 등 '사교육과의 전쟁'을 벌였음에도 전체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다지 사교육비가 많이 줄게 되리라는 전망을 할 수 없다. 교육에 있어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다 책임지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사교육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고학력의 전문 인력과 그 사람들의 삶과 꿈과도 관련된 거대한 사회 시스템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용숙 초등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