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는 안정 속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본다. 교육자라는 평생의 업을 안고 살아가야 할 교육자의 입장과 교육 그 본연의 가치에서 본다면 오늘 교육현장에서 마주치게 되는 교육과정은 안정이 아닌 카오스다.
학교에 너무 많은 가치(국가수준 교육과정)가 넘쳐나고 있다.
아무리 교육과정 개정의 방법이 수시 개정체계가 되었다고 하여도 지나친 면이 있다. 비근한 예로 2011년 중학교 교육현장에는 교육부와 교과부의 고시가 넘쳐난다. 3학년은 교육부 고시인 제7차 교육과정, 2학년은 교과부 고시인 2007년 개정교육과정, 1학년은 2009개정 교육과정이 혼재되어 있다.
교육 현장이 이런 형편이다 보니 궁색하기 그지 없는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라는 미명으로 교육현장에서 누더기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는 3개의 고시안을 임시 봉합하여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는 하고 있으나 이 또한 본말전도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현장의 절대적인 지주가 되어야 할 교육과정이 이런 혼돈의 상태이다 보니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역할이란 미비할 수 밖에 없다.(교육과정의 중차대 함: 법률적 강제 및 의무사항으로 천명됨. 초·중등교육법 제23조제1항-"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주어진 교육과정에 대한 확실한 이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 발표되는 교육과정 적용을 위해 실속도 없이 동분서주 할 뿐이다. 제7차교육과정에서 수준별 교육과정, 2007년 개정교육과정의 총론은 7차를 이어 받으면서 각론만 대폭적인 손질, 2009에서의 교과군, 학년군, 집중이수 등은 개념 정립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해마다 달라지는 국가수준의 강력한 지침 등은 특색 있는 학교교육과정 및 학년 학급 교육과정 구안 편성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해결방안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혼돈의 시대를 사는 교단교사의 신산한 삶에 대한 넋두리라고 해야 하나?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보면
첫째, 하나의 교육과정이라는 큰 체제가 마련되었으면 그 체제가 농염해질 때까지 숙련 기간을 현장에 주었으면 한다. 교육공동체라는 말 자주 사용한다. 교육수요자의 요구라는 말도. 교원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판에 무슨 학부모나 학생이 체제에 맞는 요구를 할 수 있겠나? 교원이 알고 학부모와 학생이 교육과정에 대해 이해하여 다음 학년도 학습할 내용 및 방법에 대해 예측이 가능하도록 해주자.
둘째, 그러나 이미 떨어진 불이다. 혼돈일 망정 시행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각종 연수나 교원 세미나 등을 통해 발전적이고 효율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과정에 정통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사이비가 아니고, 깊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고) 실제적이고 유용한 장학자료 등이 절실하다.
셋째, 할 수 없다. 교원의 노력 밖에는 방법이 없다. 공부하는 교원상 확립되어야 한다. 교육학을 끼고 다니고 교육과정 해설서를 달달 외울 정도가 되어야 한다. 세상 탓하기 전에 교사인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가 연구하고 공부하는 풍토가 될 수 있도록 행,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0.001점의 승진점수에 목매는 것이 아닌 공부하는 교원 상 정립 혼돈의 시대를 사는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정권적 차원의 욕심이건, 시대 사회의 요구이건 간에 점진적 변화라는 교육이 추구해야할 속성을 벗어나는 교육과정은 성공을 거둘 수 없다.
특히 6차 교육과정 고시에서부터 국가수준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현장성이다. 교육과정 분권화라는 현장성 측면에서 본다면 현장이 교육과정에 적용하고 자생력을 가지며 발전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는 교육과정 숙련 기간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 세상 만사 운용의 묘라는 것이 있다. 출발은 초라할지라도 운용과정에서 운영 주체들인 교원, 학부모, 학생이 같이 고민해서 발전적인 현장 중심 교육과정이 될 수 있도록 인내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일찍이 교육과정 전문학자인 뉼런 또한 이런 한심한 작태들을 보면서 “그 어떤 우수한 체계와 내용을 지닌 교육과정일지라도 현장 교원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일갈했었다.
한시적인 정권의 운명 상 시대사회적 수요 반영이라는 이름 아래 정권적 차원에서 기르고자 하는 국민적 소양과 자질을 지금 당장 담보해내고 싶은 욕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은 한정적이나 교육은 영원해야 한다.
이는 조국과 겨레가 오늘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부여한 천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