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성공도 실패도 없다

2013.01.14 13:22:00

친척 집에 초대를 받았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 집들이다. 아파트가 꽤 넓다. 주변 아파트도 모두 고급스럽다. 우리 같은 서민은 이사를 오고 싶어도 상상도 못하는 아파트다. 꽤 큰 평수인데, 분양 당시 700대 1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비싼 아파트를 분양받겠다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는 것이 놀랍다. 사실 우리는 경쟁률과 상관없이 그냥 입주하라고 해도 감당이 안 되는 아파트다.

자리를 잡자 남자들은 술잔을 기울인다. 말 많은 사촌 동생이 부자가 된 것을 축하한다며 건배 제의를 한다. 여자 가족들은 먹을거리도 제쳐놓고 집 구경에 빠진다. 만져보며 앉아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제일 어린 동서는 혼잣말로 ‘이거 비싸겠는데’를 달고 다닌다. 밥상에 앉아서 곁눈으로 봐도 모두 가격이 나갈 듯하다.
한참 분위기가 익자 사업을 하는 큰집 동생이 궁금증을 풀어야겠다고 달려든다.

“형 어떻게 이렇게 돈을 많이 벌었어, 그 비결 좀 가르쳐줘”

내심 나도 묻고 싶은 이야기였다. 나만이 아니나보다. 모여 앉은 사람들이 ‘빨리 공개하라’고 다그친다. 엄청난 비밀이 있을 줄 알았는데, 비결은 간단하다. 주식이다. ‘우리사주’가 상장되면서 거액을 손에 쥐었다는 이야기다. 주식에 대한 전문 용어를 섞어가며 설명해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만진 돈은 십억 대라고 한다.

모두 입이 딱 벌어진다. 그러면서 우스갯소리가 시작된다. ‘(남편을 향해)자기네는 우리사주 없어’, ‘오늘부터 로또나 해야겠다’ 등 신소리가 난무한다. 그리고 성공한 인생이라며 예찬하기 시작한다. 돈을 많이 벌고 궁궐 같은 아파트에 고급 가구를 들여놓고 사는 것이 좋아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이라는 판단은 동의할 수 없다. 그러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모두 인생에서 실패했다는 말인가.

우리는 매사에 성공에 대한 소망을 말한다. 그리고 그 판단을 사회적 지위나 물질로 하려는 속물근성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 여유만을 기대하는 삶은 진실성이 없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는 이루지 못했을 때 실망이 크다. 우리 삶에서 성공과 실패를 규정짓기 어렵다. 인생은 단절 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결과를 말할 수 있을까. 인생은 겸손한 마음으로 시작하고 노력하는 과정만 있다. 흔한 말이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이 말에는 실패는 성공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즉 실패는 결과가 아니다. 힘들어도 타협하지 말고, 딛고 일어나야한다. 실패가 없듯이 영원한 성공도 없다. 그저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성공에 관해서 좋은 시를 읽은 기억이 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전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서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랄프왈도 에머슨

시의 표현대로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사람, 자신이 한때 이곳에서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경험을 한다면 이보다 더 큰 성공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네 삶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여정이다. 어디선가 폭풍이 몰아쳐 우리를 흔들지 모른다. 가슴 깊이 소중히 간직했던 소망을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간혹 흔들림에 지쳐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실패라고 속단한다. 그러나 흔들린다고 하여 그것이 끝은 아니다. 늘 한결 같기를 바라지만, 우리의 삶이기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다. 흔들림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흔들리면서 다시 희망을 품는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감명을 받는 것은 무엇일까. 성공이 아니라 성공을 이루기 위해 바쳐온 그 사람의 노력과 투지다. 비록 지금 생활이 남루하고 고통에 시달린다고 해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심한 빗줄기는 내 삶의 나무를 싱그러움이 넘치게 한다고 생각해라. 내적 일관성을 지니고 세상을 향해 경건하게 걸어가야 한다. 내 삶을 소모할 것이 아니라 정열로 영글게 해야 한다. 나의 노력으로 내가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면 그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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