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이 나가야 할 길

2013.02.04 09:56:00

지방 전문대학이 고등학교로부터 입학생을 받고 선생님들에게 학생 일인당 20만원씩을 사례비로 줬다는 보도가 있었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이 발표한 것에 따르면 이 지역 전문대는 지역 고교 입학생을 확인 후 출신 고교 교사에게 학생 수에 맞게 현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대학은 정원을 채우고, 이런 모집 실적으로 정부 지원 사업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지원금을 타내고 총장은 이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썼다는 것이다.

이 보도를 보면 마치 총장의 비자금 조성만 위법 사례처럼 보인다. 그러나 학생 지원에 따라 교사에게 현금을 지급한 사례도 법 위반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현재 지방 대학은 신입생 확보가 시급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전국 4년제 일반대학 181개교 중 신입생 충원율이 90% 이상인 학교는 92.3%(182개교)이다. 신입생 충원율이 70% 미만인 대학도 6개교다. 70%이상~90% 미만인 대학은 8개교였다. 이들은 모두 사립대였으며 소재지별로는 수도권이 2개교, 비수도권이 9개교로 나타났다.

구체적 통계보다 체감으로 느끼는 지방 대학의 실정은 더 심각하다. 지방 대학 교수들은 입시 기간에 전국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생 모집에 나서고 있다. 우수 학생은 그만두고 지원만 해 주면 고마운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대학 교수는 고교 방문을 하면서 대학 홍보물 외에 선생님들에게 줄 선물 꾸러미를 들고 다닌다. 이 가운데 학생 모집에 위기를 느끼는 대학들은 선물 가격대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이 신입생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대학의 존폐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학생이 없다면 대학도 교수도 없다. 대학의 신입생 확보는 교과부가 교육역량강화사업으로 대학을 평가해 보조금을 주는 잣대에도 포함된다. 교과부가 사용하는 지표 중에 재학생 충원률이 15%나 차지하고 있다. 이 비율은 전체에서 보면 미미하지만, 이는 교원확보율, 교육비 환원률, 장학금지급률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대학으로서는 사활을 건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 추세가 진행되면서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통계에 의하면 고교 졸업자 수는 올해 64만 명에서 2018년에 55만 명, 2024년에는 39만 명으로 향후 12년간 총 39%나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당장 2018년부터는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자보다 많아지는 기현상이 도래한다. 이에 대비해 정부는 나름대로 노력을 보였다. 소위 부실 대학의 발표와 퇴출이었다. 그러나 경영 부실대는 21곳 등이 발표되었지만, 퇴출 조치가 내려진 대학은 고작 5개 대학에 불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과부는 경영이나 학사 관리가 부실해 퇴출 대상으로 지정해 놓고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학은 자구 노력의 한계를 느끼고 범법 행위를 하고 있다. 신학기를 앞두고 영남 지방의 대학들의 취업률 부풀리기 의혹을 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교수가 취업률을 부풀려 70억 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을 부당 수령했다며 대구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인근 대학의 총장도 유사한 이유로 구속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학이 너무 많다. 우후죽순으로 대학이 문을 열었다. 막상 문을 여는 것은 쉬웠는데, 문을 닫으려니 여러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안타깝지만 뼈를 깎는 아픔으로 대학을 정리해야 한다. 학력 인구가 주는데 마냥 신입생을 기다릴 수 없는 처지다. 교과부 장관이 부실 대학 명단을 발표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통과는 장담을 못한다. 최근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부실 대학 및 비리 사학이 가려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교과부는 이 법안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해 부실 대학 정리 작업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비리 대학 등은 법의 힘을 빌려 퇴출하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현재 교과부가 대학 평가에 사용하는 지표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다. 신입생 충원률, 취업률 등 외형적 통계를 대학 자체에 맡겨놓은 측면이 많다. 그러다보니 대학들은 통계를 속이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통계보다 교과부는 대학의 내적인 변화로 성장하는 대학에 지원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지원을 못 받는 대학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퇴출의 방법을 찾게 된다. 이는 감독 기관의 강제 퇴출이 아닌 자연 퇴출이기 때문에 대학의 저항도 적을 것으로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의 노력이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라는 본래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질 높은 교육과정으로 대학의 전통을 수립해야 한다. 돈으로 학생을 모집하고, 취업률을 속여서 돈을 타낼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 방법을 찾으면 학령인구 감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학사 운영을 할 수 있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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