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축제가 ‘한참’일까 ‘한창’일까

2013.03.27 11:45:00

신학기를 맞이하여 학교는 학부모회를 조직했다. 이와 맞물려 학부모회는 임원 선거를 하고 있다. 학급, 학년, 학교 단위의 임원을 선출해야 하니 제법 많은 선거를 치른다. 거기다가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선출과 기타 직능별 조직인 녹색어머니회, 교통봉사 어머니회,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 보람교사회 등을 구성하면서 임원 선출이 줄을 잇는다. 이를 두고 ‘요즘 학교가 학부모회 임원 선출이 한참이다.’라고 표현한 것을 읽었다. 여기에 ‘한참’이라는 말이 바른 것일까. 이는 ‘한창’이라고 해야 한다. 두 단어를 정확히 알기 위해 사전을 보자.

‘한참’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
- 한참 동안 기다리다.
- 그는 한참 말이 없었다.
- 그는 한참 나를 노려보더니 돌아서 가 버렸다.

‘한창’
(명사)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때.-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 요즘 앞산에는 진달래가 한창이다.
(부사)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모양.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모양. - 벼가 한창 무성하게 자란다.

신학기를 맞이하여 학교 마다 ‘학부모회 임원 선출이 한창이다.’라고 하는 말은 임원 선출이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때는 ‘한참’이 아니라 ‘한창’이라고 해야 한다.
다시 다음 문장을 보고 연습을 해 보자.

1. 그들은 폐허가 된 집터를 (한참/한창)이나 둘러보았다.
2. 담장을 따라 (한참/한창)을 걸어가니 기와집이 나왔다.
3.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춤을 주는 등 (한참/한창) 동안 난리 법석이었다.

4. 저녁 시간이면 손님이 (한참/한창) 붐빌 때인데도 썰렁하다.
5.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섬진강 하구에서는 매화 축제가 (한참/한창)입니다.
6. 3월 중순 쌀쌀한 날씨에도 유통업계에는 봄맞이 할인행사가 (한참/한창)이다.

사전에서 살펴봤듯이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을 뜻한다. 1, 2, 3은 시간이 오랫동안 경과되는 의미를 표현한다. 따라서 앞에 ‘한참’을 써야 맞는 말이다. 그러나 4, 5, 6은 각각 손님이 왕성하게 붐벼야 하고, 봄기운을 맞이해 축제가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고, 유통업계는 춥지만, 매출을 위해 봄맞이 행사를 왕성하게 한다는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는 모두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나 모양’을 의미하는 ‘한창’을 써야 한다.
앞의 경우는 문맥의 파악이 비교적 쉬어 ‘한참’과 ‘한창’을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처럼 문맥이 애매할 때는 두 단어에 의해서 전체 맥락이 바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 ㉠ 내가 한참 이야기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 내가 한창 이야기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2. ㉠ 과장님이 한참 회의하는 중에 말도 없이 나가버렸다.
㉡ 과장님이 한창 회의하는 중에 말도 없이 나가버렸다.

여기서는 ‘한참’과 ‘한창’이 모두 쓰여도 이상이 없다. 이때는 두 문장의 전체 의미가 달라진다. 먼저 1과 2의 ㉠은 ‘한참’을 썼다. 이는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이다. 즉 1의 ㉠은 내가 오랫동안 이야기를 한 상황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지쳐 전화를 끊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2의 ㉠은 회의가 오랫동안 진행되니까 과장님이 지쳐서 나가 버렸다. 반면 1, 2의 ㉡은 ‘한창’을 쓰고 있다. 여기서 1의 ㉡은 내 이야기가 무르익고 있는데 상대방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2의 ㉡은 회의가 무르익고 있는데 과장님이 어쩐 이유인지 나가 버린 상황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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