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수업

2013.05.03 19:40:00

작년에 이규혁 교수의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를 감명 깊게 읽었다. 특히 수업을 비평의 대상으로 확대 고찰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즉 교사의 수업 행위는 과학성의 측면과 예술성의 측면이 동시에 녹아들어 있다는 것이다. 과학성의 측면은 다 알려진 것이고, 예술성의 측면으로 연극을 거론했다. 수업 비평은 연극 비평과 유사성이 높을 것이라는 잠재적 제안을 했다.

연극의 속성은 대본이 있고, 감독, 배우 관객이 있다. 마찬가지다. 수업도 학습지도안을 가지고 수업에 임한다. 그리고 연극은 직접성이 강한 공연 예술이다. 특히 배우와 관객의 상호 작용에 따라 공연의 질이 달라진다. 수업도 교사와 학생의 원만한 교류에 의해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수업 비평을 연극 비평으로 제안한 것은 탁월한 고찰이다.

복도를 지나면서 웃음이 넘치는 교실 장면을 자주 보았다. 웃음뿐이 아니다. 복도까지 들리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따뜻함과 함께 깊은 믿음이 있었다. 중국어를 가르치는 안소영 선생님 수업이었다. 그래서 늘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수업 참관을 하겠다고 하니 기꺼이 허락을 해주었다.

수업은 과학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이 동시에 보였다. 도입 단계에서 지난 시간의 수업 내용을 정리했다. 교사는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을 현장에서 활용해보도록 미리 숙제를 내주었다. 흥미 유발을 위해 문화 탐방을 다녀오며 만났던 외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교실 밖으로 확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학생들이 수업에서 흥미를 느끼려면 교실에서 배운 것이 실제 삶으로 나가야 한다. 특히 중국어와 같은 외국어 교육은 이러한 경험이 교육적 효과가 크다. 그런데 당시 상황을 이야기 형식으로만 발표해 아쉬웠다. 아이들이 찍어온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효과가 컸을 것이라는 기대만 남는다. 자유로 맡겨진 숙제였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본시 학습이 시작되면서 학습 목표를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는 수업의 과학적 측면이 부각된다. 교육과정, 그리고 성취기준, 학습 목표 등 목표 달성을 위해서 접근해야 한다. 이 순간에는 교사는 자기의 고유 활동보다 전통적인 수업 기술에 의존한다. 선생님도 주어진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된 전략을 따라가고 있었다. 학습 내용은 중국어의 의문문 만들기 방법을 복습하고, 본문을 외울 수 있도록 읽고 연습하는 것이었다. 발음을 듣고 따라 읽고, 한국어와 중국어의 변환, 또 분단별 연습, 그리고 짝과 함께 연습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수업에서 이렇게 객관적 관찰이 가능한 영역이 과학적 측면이다. 이 때문에 혹자는 비평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 영역은 표준적 행동에 따르기 때문에 평가의 범주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업에서 교사의 행동은 규범화되어 있지 않다. 특히 오늘 선생님은 수업의 효율성을 위해 반복 학습을 하고 있지만, 발음을 내고 따라 하는 과정에서는 독특한 색깔을 내며 수업을 하고 있다. 선생님의 보이지 않는 재능, 수업을 이끄는 힘이라고 하고 싶다. 그러고 보면 과학적 측면도 비평의 눈으로 읽을 수 있다.

수업을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교사의 일반적인 수업 수행 능력이다. 학습 내용 전달력, 판서의 구조화, 학생 통제 능력 등이다. 그리고 보이는 것이 학생의 수업 태도이다. 사실 수업 참관을 할 때는 교사의 행동이나 학생의 수업 태도는 보통 때와 다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래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있다. 수업 참관 당일 아무리 치장을 해도 이전에 어떤 수업을 하고 있었는지 조금은 읽힌다. 평상시 수업을 어렵게 했다면 수업 공개 때 감춰도 그 모습이 보인다. 반면에 평상시에 아주 행복한 수업을 했다면 그 모습이 역시 고스란히 보인다.

오늘 수업은 평상시 선생님과 학생들이 즐겁게 수업하는 장면이 그대로 보였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이미 오랜 교감을 통해 여러 가지 약속된 행동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수업 관찰을 부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상시 복도를 지날 때 창밖에서 본 이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발표하는 것을 꺼린다. 특히 중국어로 말하는 것을 쑥스러워하고 틀릴까봐 머뭇거릴 때도 있다. 그런데 수업 중에 서로 하겠다고 의사 표시를 한다. 급기야 선생님과 가위 바위 보를 통해서 발표자를 선정한다. 그리고 발표가 끝나면 친구들의 칭찬 총알과 선생님의 칭찬 스티커로 격려한다. 부럽다. 학습 동기 유발을 위한 방법을 활용하는데 축제 율동 같은 느낌이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결국 선생님이 닦아 놓은 수업 기술과 분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수업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이 만든 것이다. 입에만 담고 대답을 못하는 학생들의 마음까지 읽어주며 수업을 해온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금 수업은 교사 중심의 수업이다. 그런데 학생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선생님은 질문을 하고 학생들은 대답을 하고 화합이 잘 맞는다. 게다가 중국어 수업이라 선생님을 따라 발음을 하고, 읽는 연습을 하는 장면이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합주곡처럼 들린다. 그리고 다시 짝과 읽고 외우는 실습을 한다. 정리 단계에서 ‘단어 찾기 게임’을 했다. 배운 단어를 발음으로 알아듣고, 눈으로 인식하는 것을 연습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려운 단어를 익히기 위해서 게임으로 접근하자 모두 참여하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 중국어 노래를 통해서 다시 배운 단어를 확인하는 시간이 있었다. 단어의 의미와 발음을 중국 노래로 배우면서 친밀감을 느낀다. 중국 문화에 친숙해지기는 것 같고, 노래의 느낌이 부드러워 학생들 정서에도 좋아 보인다.

이 지점에서 교사 중심의 수업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수업에서 교사 중심이라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 비난을 할 것이 아니라, 수업 전개 과정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사 중심 수업이라도 교사가 지휘하고 학생들이 잘 따라 간다면 수업의 효과는 커진다. 그리고 교사가 학생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끌고 간다면 그것은 일반적 형태인 교사 중심이 아니라는 판단도 해 본다.

수업 참관은 힘들다.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꼼짝 않고 있어야 한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부담감도 있다. 그리고 요즘은 비평문을 써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다. 하지만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기도 하다. 열정적으로 수업 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감동을 한다. 수업 실천을 위해서 노력하시는 모습을 통해 내가 배움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수업 참관을 허락해 준 선생님께 고마움을 드린다. 그리고 수업의 전문성 신장에 늘 진진한 고민을 하시는 선생님이 나날이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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