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진행이 어려워요

2013.06.08 22:50:00

신규 선생님이 수업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중학교 2학년이 무섭다고 들었는데, 본인은 고등학교 2학년도 무섭다고 한다. 아니 무서운 것은 없는데, 도무지 수업을 들을 자세가 안 되었다고 울먹인다.

그 선생님은 사실 올해 신규 임용으로 교직에 발을 디뎠지만 명문 대학 출신이다. 게다가 어린 나이도 아니다. 기간제 교사 경력이 있고, 두 번 도전에 임용 시험에 합격했다. 즉 만만한 20대의 여교사가 아니라, 30대에 접어드는 선생님이다.

그런데도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선생님은 우선 아이들과 수업하기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나누는 일을 하지 않았다. 첫날부터 교과서를 펼쳐들고 수업을 시작했다. 마음을 나누지도 않고 다짜고짜로 수업에 뛰어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처음에 가만히 앉아 있던 아이들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떠드는 아이들, 잠자는 아이들, 멍하니 앉아 있는 아이들이 들어갔다. 처음에 한두 명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수업을 했지만, 이제는 교실이 소란스럽다. 뒤늦게 규율을 잡겠다고 소리쳤지만 게 등에 소금치기다.
그 선생님은 수업이 안 되는 원인을 아이들에서 찾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무섭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가 근무하는 학교 아이들이 학력이 떨어지니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른 학교에 가면, 혹시 학력이 우수한 학교에 가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물론 그 선생님이 생각하는 원인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옳은 것도 아니다. 우선 3월 아이들을 만날 때 필요한 절차가 있다. 수업에 대한 룰이 필요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교실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더 섬세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으로 권하고 싶은 것으로 간단한 눈맞춤 교육이다. ‘고등학교 2학년으로 꿈을 가지고 있는지, 왜 학교에 오는지, 무엇을 배울 것인지’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무턱대고 교과서를 펴 들고 수업을 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함께 이런 대화를 해야 한다. 이것을 나는 눈맞춤이라고 하고 싶다. 눈맞춤 시간에 학생들이 저마다 꿈을 확인하고, 그 꿈을 존중해 주는 대화를 한다. 이런 목표를 확인하고 교실에서 서로 격려하며, 꿈을 키워가자고 약속한다. 그리고 수업 시간은 이런 꿈을 실현해 가는 과정이라고 주지한다. 그러면 이때 수업 시간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고, 그 시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답이 나온다.

이즈음에서는 유인물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수업 시간 지키기, 수업에 적극 참여하기 등을 알린다. 필요하다면 교재 준비, 앉는 자세, 졸지 않기, 필기 방법 등 수업 활동을 위한 규칙을 세밀하게 정해서 안내를 한다. 그리고 수업을 하는 동안 약속을 지키도록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학생들은 3월이 지나면 나태해져 수업 참여도가 달라진다. 그런데도 지적하지 않으면, 금방 전염이 되어 학급 전체 통솔이 어렵다. 그렇다고 강압적으로 지도하라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 약속을 환기시키고, 그 약속을 존중하자고 설득한다.
이때도 중요한 것이 있다. 그런 약속은 선생님도 지키고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수업 시간에 늦지 않고,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기타 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끊임없이 존중과 사랑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학생과 함께하는 수업을 구상해야 한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선생님은 수업을 혼자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점점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이탈하고 있다.

선생님 수업 참관을 했는데, 고전소설 ‘운영전’ 결말 부분을 하고 있었다. 운영은 봉건 사회의 장벽을 뛰어넘어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함으로써 봉건적 애정관을 탈피한 자유연애 사상을 보여 주고 있다. 남자 주인공 김 진사도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다. 선생님은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인간 본연의 욕망과 사회구조와의 외적 갈등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선생님의 설명 내용에 흥미가 없다. 이미 수업 중에 자주 언급했는지 알고 있는 듯했다. 실제로 고2 학생이라면 운영전이 다른 고전소설과 달리 비극적인 결말 구조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새로운 것도 없는데서, 흥미도 못 느낀다.

이 수업에서는 차가운 교과서 내용보다 그 내용을 우리 곁으로 불러오면 효과가 커진다. 우리 사회에서도 운영과 김진사처럼 현실의 장벽 때문에 사랑이 좌절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동일한 상황을 말해 보게 한다. 기타 대중가요 가사에도 찾아보게 한다. 아니면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도록 미션을 주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이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는데,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다소 엉뚱한 이야기부터 여러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소설의 내용을 이해하고 현실의 벽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그러면서 수업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된다.

둑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듯이 교실 상황도 마찬가지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지키기 힘들다. 그것은 선생님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힘들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가지고 감당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성적표를 가지고 있듯이 학생들도 저마다 마음속에 선생님의 성적표를 가지고 있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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