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는 공교육인가 사교육인가

2013.06.11 21:05:00

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를 전국 2,118개 고등학교와 258개 학원에서 동시에 실시했다. 보도 자료에 의하면, 6월 모의평가에 지원한 수험생은 645,960명으로, 재학생은 572,577명이고 졸업생은 73,383명이다.

6월 모의평가는 오는 11월 7일에 실시되는 2014학년도 수능의 준비 시험이다. 시험의 성격, 출제 영역, 문항 수 등도 본 수능과 같게 출제했다. 모의 수능은 수험생에게 문항 수준 및 유형에 대한 적응 기회를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이번에는 수준별 수능 시험(일부에서는 이것을 선택형이라고 하는데, 수준별 수능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다)이 치러지는 해로 수험생은 유형 선택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평가원은 출제, 채점 과정에서 개선점을 찾아 2014학년도 실제 수능에 반영하려는 의도도 있다.

물론 모의평가는 9월에 또 있을 예정이지만, 이번 평가는 수험생들에게 중요한 경험이 된다. 9월 평가는 9월 3일에 치러지는데 수시 1회차 원서접수가 9월 4~13일이다. 그렇다면 9월 모의평가는 가채점을 기준으로 입시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6월 모의평가 결과는 구체적인 학습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아직 수준별 수능 유형을 선택하지 않은 수험생은 어는 유형으로 시험을 볼지 정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수험생은 구체적인 수시지원 목표를 세울 수 있다. 학생부 위주의 전형으로 갈 것인지, 수능 위주의 전형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논술 위주의 전형 등 다양한 전략을 세워서 입시 준비를 해야 한다.

아무튼 이번 6월 모의 수능은 수험생에게 매우 중요한 시험이다. 그래서 입시 전문 업체와 대형 학원은 수능 등급 컷까지 발표하면서 분석을 하고 있다. 이미 입시 설명회가 회사별로 열리고 있는데, 실전 수능시험 결과 분석만큼이나 수험생과 학부모가 몰리고 있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것이 있다.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6월 모의평가에 중심에서는 EBS(한국교육방송공사)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부터 보도 자료에 EBS를 언급하고 있다. 보도 자료에 특이 사항이라며 EBS 연계율은 70% 수준으로 맞췄다는 것이다. 언론사와 직접 접촉해 보도 자료를 설명할 때도 전 영역에 걸쳐 EBS 수능 교재 및 강의 연계율을 70% 수준에 맞췄다고 말했다.

이 말에 EBS측은 더 신이 났다. EBS는 모의평가가 끝난 직후인 5일 오후부터 자사 수능강의 사이트에서 영역별 대표 강사가 해설 강의를 하고 출제 난이도와 문제 경향 등을 분석한다. 아울러 EBS는 입시설명회를 하고 있다. 입시 설명회 상황은 EBS 채널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올해 첫 수능 모의평가가 치러진 이후 탓인지, EBS 입시 설명회엔 학생과 학부모들의 열기가 가득했다. 입시 설명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자리는 초만원이었고, 계단과 통로도 예외 없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본격적인 설명회가 시작되고, EBS 대표 강사들이 하나 둘 무대 위로 오르자 분위기는 한층 고조된다. 그러나 정보 내용은 초라하다. 초라하다 못해 저의가 뻔히 보인다. 과목별 강사마다 무대에 올라서 EBS 교재 및 강의 연계율 70%를 강조하고 있다. 특정 교과는 완전 일치하는 문형이 많이 나왔다고 떠든다. 그리고 과목별 학습 비법도 공개했는데, 결국 그것도 모두 EBS 교재를 꼼꼼히 보고, 강의만 잘 들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이번 모의 평가의 문제들은 EBS 교재의 동일한 제시문을 다른 각도에서 분석하거나 지문의 특정 부분만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계됐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EBS 교재 지문과 그래프, 표 등의 자료들을 꼼꼼히 확인하고 다각도로 분석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날 출연한 강사의 학습 내용은 모두 이런 식이었다. EBS 교재만 잘 풀으라는 주장이었다. 이것이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러 모로 짚어 볼 대목이 있다.

우선 대통령은 수능 시험은 교과서 출제(2013년 4월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발언)를 언급하고 있다. 이 표현은 그 진의를 떠나 공교육 정상화라는데 목적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런데 EBS 교재 및 강의 강조는 공교육과 멀리 가 있다. EBS는 절대로 공교육의 대안이 돼서도 안 된다. 공교육은 학교에서 교실에서 출발하고 거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EBS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후원으로 학생들에게 입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이런 교육 형태를 사기업이 해도 막아야 할 판에 공기업이 앞장서고 있다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병폐는 학생들이 상급 시험 준비에 매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이 아니라 문제 풀이 식에 머물러 있다. 지금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 속에 이러한 교육 방법은 도움이 안 된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체질을 변화하면 약을 안 먹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평생 학습 시대에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 멀리 혼자 가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EBS 강의는 혼자 가는 법이 아니라, 이리 가라 저리가라 지시만 하는 꼴이다. 이 시대는 자신감 있게 혼자의 힘으로 가는 교육이 필요하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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