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도 가르쳐야 한다

2013.08.12 00:11:00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는 마음을 배려라고 한다. 배려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배려는 고차원적인 철학적 사고도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이다. 배려는 나이에 상관없이 어느 정도 사회생활만 한다면 경제적 비용 없이 쉽게 할 수 있다.

인간이 사는 사회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한다. 즉 배려는 선택적 사항이 아니라 필수 덕목이다. 물론 배려가 없다고 해서 법적 제재는 안 받는다. 어쩌면 배려가 없어도 내가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배려가 없으면 서로 불편하고 마침내, 삶의 질서도 흔들린다.

우리 주변에 자동차가 많아졌다. 이제 자동차는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우리 삶을 힘겹게 한다. 자동차 주차를 아무 곳에나 한다. 주차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다. 자기 생각만 하고 남의 주차선까지 침범한다. 결국 두 대 세울 곳에 한 대만 세우게 된다. 아예 길 한복판에 주차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차 할 것이 없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자기만의 편의를 위해 도로를 점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차를 바로 하는 것은 남을 위한 배려라고 하기 전에 마땅히 지켜야 할 사회적 행위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도와주는 마음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좋은 일로 돌아오는 것이 사회적 현상이다.

가령 지하철을 이용할 때를 생각해 보라. 자리에 앉을 때부터 무릎을 바르게 해야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다. 그리고 전화를 이용할 때도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용히 이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만 앉기 위해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주변과 상관없이 혼자 전화를 들고 혼자 따든다면 더불어 사는 사람들은 그들을 멀리 하게 된다.

지금 세계는 큰 위기의 물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진국이라고 믿었던 유럽은 재정 위기에서 출렁거리고 있다. 국가 부도 사태가 계속되고, 일자리가 없어서 고민을 하고 있다. 아랍은 민주화를 꽃피는 듯했지만, 여전히 갈등과 반목으로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는 참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비록 고통의 세월은 있었지만 민주주의를 정착시켰고, 경제적 성과도 이루었다. 민족의 저력을 세계에 발휘하는 역사적 순간을 생산하고 있다.

이 모두가 우리 민족의 선량한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 서로 배려하는 신뢰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포애, 동료애, 한 민족이라는 가족 같은 마음이 이어져 와서 우리의 성장 동력을 만든 것이다. 신뢰하지 못하고, 증오와 위협만 만들었다면 우리는 파멸하고 퇴보의 역사로 걸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도 기본 질서에 금이 가고 있다. 연일 일어나는 사건 사고가 예전 같지 않다. 기본적인 사고 체계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차분한 마음보다는 흥분에 휩쓸리고, 신뢰를 잃은 분열과 갈등이 우리 의식을 점령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갑의 횡포와 을의 눈물’로 떠오른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강자와 약자로 대변되는 관계는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둘은 늘 불안한 동행을 했다. 급기야 배려하는 마음이 없이 횡포를 휘두르는 것을 참지 못해 폭발을 했다. 당시 문제를 일으켰던 회사는 국민 앞에 사과를 하고, 피해 대리점과 상생의 대책을 마련하고 수평적 관계를 마련했지만, 상처가 컸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강자와 약자가 상생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려라는 덕목이 필요하다.

오늘 인터넷에 뉴스에도 배려를 생각게 하는 이야기가 떴다. 이웃집 개가 시끄럽게 짖어 죽였다는 것이다. 내가 애완견을 좋아한다고, 남도 그렇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짖지 않는 방도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전에 개 주인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공자도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마라는 말을 남겼다. 이것이 배려와 같은 말이다. 입장을 바꿔 놓고, 자신이 힘없는 처지에 있는데, 횡포와 억압에 눌린다고 생각해 보라. 내가 원하지 않으면 남에게 행하지 마라는 말이 백 번 맞는 말이다. 내가 싫으면 남도 싫은 것이다. 대중이 모이는 곳에서 조용히 해야 하고, 남을 위해 내가 조심해야 한다. 그것이 배려다. 배려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가 조심스러운 마음을 갖는 것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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