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2만원 받았어요"

2014.02.03 14:30:00

50대 후반인 사위가 80이 넘은 장인, 장모로부터 세뱃돈을 받았다. 1만원씩 주셨으니 2만원이다.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참으로 의미 있는 세뱃돈이다. 왜? 이 어르신들, 평소 수입이 없다. 지갑이 텅 비어 있다. 그렇다면 이 돈, 어디서 났을까?

사위인 필자. 몇 년전까지만 해도 용돈을 드렸다. 설이나 추석, 생신, 가끔 뵐 때마다 10만원 정도의 작은 돈을 드린다. 필요한 때 쓰시라는 것이다. 명절 때에 드리는 돈은 대개 손주들 세뱃돈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요즘은 드리지 않는다. 치매 증상이 나타난 이후의 변화다.


그러면 설날인 오늘 이 분들이 자식들과 며느리, 사위, 손주들에게 나누워 준 세배돈의 출처는? 공무원인 둘째 처형이 챙긴 것이다. 부모님의 권위와 존재감을 지키려고 돈을 넣은 편지봉투를 미리 준비하였다. 손주들이 세배를 올릴 때 늘상하던 세뱃돈을 베풀도록 배려한 자식의 따뜻한 마음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우리집. 설날 친척 모임은 지난 일요일 우리집에서 가졌다. 아내의 주선으로, 모든 음식준비를 아내가 했기에 칭찬이 자자하다. 특히 갈비와 생선외에 더덕무침, 무우 생채, 무우 숙채, 취나물, 시래기나물, 시금치나물, 숙주나물 등을 차리니 상이 풍부하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왔다. "오대산 산채비빔밥 잘 먹었어요"


설날 모임은 아이들 외가 모임이다. 모임 장소가 마땅치 않아 아내가 자원한 것이다. 장소를 제공한다는 것은 음식 준비까지 맡겠다는 것. 그 힘들고 짜증(?)나는 일을 자원한 아내가 고맙다. 언제 음식을 분담했는지 셋째 처남댁이 전을, 막내 처남댁은 잡채를 가져왔다.

우리집과 처가의 차이점. 사는 방식과 문화가 다르다. 우리집은 모이는 시각과 인원수가 정확하다. 사전에 문자로 참석여부와 인원 수를 통보 받는다. 거기에 맞추어 음식을 준비한다. 그런데 처가는? 낮 12시에 모이기로 했는데 2시가 넘어 다 모였다. 인원 파악은 모이는 도중에 집계된다. 요즘 다문화라는 말, 우리 민족끼리도 다문화다.

아내는 딸 넷, 아들 넷에서 셋째다. 필자와 아내가 교사인 것에 영향을 받았는지 막내처남과 막내처제도 교사가 되고 부부교사가 되었다. 장인과 장모는 자식과 며느리, 사위가 교직에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래도 사회에서 존경받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르신들의 건강이 좋지가 않다. 연세도 연세지만 젊었을 때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걷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하신다. 자식들의 이름도 기억 못할 적이 많다. 그래서 자식들은 그 기억을 되살리려고 애쓴다. "아버지, 제가 누구예요?" 이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자식들의 부모에 대한 존경과 사랑 아닐까?

문화는 집집마다 다르다. 어느 집의 문화가 우월한 것이 아니다. 집집마다 장단점이 있다. 장점을 살려나가면 되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인 초임교사 시절에 가정방문을 간 적이 있었다. 집집마다 사는 방식이 다 달랐다. 어느 집은 깨끗이 정리정돈 되어 있었는데 왠지 정(情)이 가지 않았다. 정리정돈의 다른 이미지를 보았던 것이다.

오늘 받은 세뱃돈 2만원. 필자가 아들과 조카들에게 준 세뱃돈과 의미가 다르다. 내가 나누워 준 세뱃돈은 나의 월급 중 일부분이다. 내가 일해서 번 돈이다. 소득이 있는 손위사람이 덕담을 하며 준 것이다. 건강이 좋지 않은 장인과 장모. 그 분들의 존재만으로도 구심점이 되고 가정행복의 원천이 된다. 세뱃돈 2만원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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