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책이 달라지면 보는 눈도 달라질까?

2014.03.07 13:45:00

'직위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교장에서 전직하여 직책이 장학관이다. 담당업무는 평화교육담당이다. 근무한 지 겨우 몇 일 지났다. 직책이 달라지면 세상 보는 눈도 달라질까? 그것을 지금 시험하고 있다. 평화교육과 평화통일교육, 생명존중 교육을 맡고 있어 머릿속은 항상 그것을 생각한다.

오늘 아침 이른 출근 시간. 청사 앞 팬지가 비닐로 덮여 있다. 영하의 기온에 대비해 얼지 않도록 배려해 놓은 것이다. 식물을 심어 놓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죽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쏟는 것이다. 한 낮엔 비닐을 벗겨 햇빛을 받게 한다. 이게 작은 평화다.


사무실을 올라가는데 주무관 세 분이 실내에 있는 식물에 물을 주고 있다. 식물이 자라는 생태를 보며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각을 보니 7시 50분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식물,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면 금방 시들고 만다.

평화가 무엇일까? 얼핏 생각하면 전쟁의 반대 개념이지만 자연과 인간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 평화다. 좀 더 학술적으로 정의하면  개인, 사회, 국가, 세계, 자연과 조화롭고 가치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 평화다. 그러려면 평화 능력을 신장하고 평화 감수성 교육을 해야 한다.

지난 2월 네티즌 사이에서는 '발렌타인 데이' 대신 '안중근 의사 데이'로 하자는 여론이 일었다. 필자도 '2월 14일, 안중근 의사를 생각하다'라는 칼럼을 썼다. 국적불명의 기념일 대신 안 의사가 사형 선고 받은 날을 기억하고 애국을 생각하자는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성세대가 요즘 젊은이들을 탓하기도 하지만 올바르게 자라는 젊은이가 더 많다.

필자를 잘 아는 수원대학교 박환 교수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박 교수는 보훈교육연구원이 주관하는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을 통해 익히 아는 분이다. 러시아 연해주 한인사회와 항일 민족운동에 대해서는 전문가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주니 고맙다.


"경기도의 경우 평화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이 많은 곳입니다. 제암리 학살, 매향리 사격장의 경우 중요한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상징적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아울러 안중근의사가 1908년 10월 2일 수원에서 빌렙신부에게 보낸 우편엽서가 남아 있습니다. 그 날은 순종황제가 융건릉에 참배차 행사한 날이기도 합니다. 안 의사가 하얼빈 의거전 순종을 수행했던 일본 소네부통감 등을 암살하고자 한 것은 아닌가 추정됩니다. 즉 경기도는 안중근의 동양평화론과도 연계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2월 14일이 사형선고일이었고, 3월 26일은 순국일입니다."

박 교수와 페북, 메일을 통해 몰랐던 중요한 역사적을 알게 되었다. 안 의사가 신부에게 보낸 친필 엽서도 받아 보았다. 그렇다면 3월 26일을 안중근 의사 추모의 날로 정하는 것은 어떤가? 그의 순국을 국민들이 기억하고 그게 애국하는 하나의 길이 되기 때문이다. 

박 교수의 답변이 왔다. "추모의 날도 좋지만 안중근 의사가 동양평화를 외치던 날, 줄여서 안중근 동양평화의 날은 어떨지요, 교육자료로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안 의사에게 준 글, 안 의사가 사형당하던 당시 형장 풍경 등을 활용하면 좋을 듯 합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평화와 화해, 용서의 상징으로 남북한, 일본, 중국 등 교육계 대표들이 모이는 회의 개최, 동양평화를 주제로 한 토론수업 등을 제시한다. 

필자도 교장 시절, 아이디어 뱅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학교를 창의적으로 경영했기 때문이다. 지금 직책이 바뀌었는데 주위 분들이 아이디어를 준다. 행사를 크게 벌릴 수는 없고 다가오는 3월 26일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안중근 의사 추모의 날'과 '안중근 동양평화의 날' 중 어느 것이 좋을까? 작은 시도이지만 우리 국민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게 해주지 않을까?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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