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저수지에서 봄찾기

2014.03.17 16:40:00

아파트에서 저수지를 내려다 보니 휴일 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얼마 전 3월 함박눈을 보고 한 차례 꽃샘추위가 있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이제 겨울은 물러나고 봄이 찾아온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저수지 산책에 나선다. 일월저수지 봄찾기에 나선 것이다.

함께 산책에 나선 아내는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가까운 학교 통근을 위해 자전거 연습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봄이 되면 사람들의 활동량도 많아진다. 자전거 통근은 건강에도 좋고 환경을 살리는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자전거 타기를 제대로 익혀야지 그렇지 않으면 사고의 위험도 따른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잔디밭에서 돛자리를 깔고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 더위가 벌써 찾아 왔단 말인가? 50대로 보이는 어느 남성은 오수를 즐기고 있다. 이렇게 가다간 조만간 공원에 텐트 치는 사람까지 나오겠다. 이제 겨울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양버들은 아직 물이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버들강아지는 눈떴다. 저수지 산책객들 중 변화된 모습은 강아지와 함께 동행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사람과 동시에 동물들도 봄을 맞은 것이다. 그 동안 실내에 갇혀지내다가 봄을 맞아 운동을 나온 것이다.

포도나무밭에 포도나무가 없다. 50여 그루가 밑동이 잘려나가고 딱 한 그루만 남았다. 포도나무의 수명이 다 된 것인가? 아니면 봄을 맞아 새로운 농사를 시작하려는 것인가? 바닥을 보니 검은색의 거름이 뿌려져 있다. 유기농으로 땅을 기름지게 하려는 것이리라. 봄은 부지런한 농부가 먼저 맞이하나 보다.

저수지 물 유입구 다리에 이르니 잉어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물고기 먹이를 주면서 봄을 즐기고 있다. 겨우내 저수지 깊은 곳에서 봄을 기다린 잉어들이 물이 녹자 산책객 맞이에 나선 것이다. 잉어들의 편안한 유영이 봄이 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저수지 반 바퀴를 도니 양지바른 곳에 작은 꽃이 떼지어 피어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개불알꽃. 이름이 특이하여 잊혀지지 않는 인상적인 야생화다.  누가 가꾸지도 않고 씨앗을 뿌리지도 않았는데 제 철이 되면 알아서 꽃이 핀다. 작은 꽃이 앙증맞다.

정자 옆 벤치에서는 할머니들의 정담이 이어진다. 앞 자리의 40대 남성들은 한 벤치에 앉아 있으나 각자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60대만 되어도 휴대폰과 거리가 있는데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중독이 되었나 보다. 잠시라도  그것과 떨어져 있으면 불안한 모양이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이 저수지를 한 바퀴 거리는 1.9km이다. 빠른 걸음으로 돌면 20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주변을 관찰하고 산책 속도로 걸으면 40분 정도 소요가 된다.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것은 자연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아닐까? 운동기구에 붙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것은 신체 반응이다. 털목도리가 거추장스럽다. 두 바퀴를 천천히 돌았는데 몸에서 땀이 난다. 벤치에 앉아서 봄볕을 즐기는 어르신들은 겨울 외투를 벗어 벤치에 놓았다. 일월저수지에서 봄찾기, 자연뿐 아니라 우리의 몸에서 신호를 보낸다. 봄은 이미 우리에게 와 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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