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아동 학대 사건을 보면서

2014.04.11 12:46:00

"선생님, 학교 교직원이 아동 학대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500만원입니다. 이런 사실을 선생님들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얼마 전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근무하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그 분과 대화 도중에 나온 말이다. 아동 학대는 범죄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모른다. 내 자식 내 맘대로 하는데 타인이나 국가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관계 법령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10조를 보니 두 가지 항목이 나온다. ①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②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


우리 교직원들은 법조문을 잘 모른다. 법 없이도, 법을 몰라도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양심껏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현대는 법령의 시대인데 교육관계법령도 법전을 펴보아야 알 지 몇 조 몇 항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른다.

아동학대! 우리는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서야 그 심각성을 깨닫는다. 살인을 하거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학대를 한 계모를 질타한다. '그게 사람이냐고?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짐승 같은 짓을 하냐고?' 그들은 보통 사람이면 저지를 수 없는 아동학대를 하여 지탄을 받는다.


작년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사건으로 국민들 분노가 들끓었다. 그런데 이번엔 칠곡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똑 같이 아동이 죽었는데 울산을 살인죄를 적용하고 칠곡은 상해치사를 적용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동 학대는 범죄다. 계모뿐 아니라 친부모가 학대를 하여도 마찬가지다.

게모, 계부가 자식을 학대하면 이런 생각을 해본다. 자기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배우자의 피는 섞였을 터인데, 배우자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모질게 대할 수 있을까? 혹시 뇌세포에 이상이 와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아닐까? 서구 입양아 키우는 사람들 반만 본받아도 그런 일은 없을 텐데.

그들은 부모와 전혀 관계없는 아동을, 또는 해외 아동을 자식으로 받아들여 헌신적으로 키운다. 그리하여 훌륭한 사회인으로 자라게 한다. 자식들도 친부모처럼 따른다. 자식에 대한 인식과 문화적 배경의 차이도 있겠지만 우리도 그럴 수는 없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아동학대 발생 현황을 보면 지난 10년간 아동학대 신고 및 학대판정은 3배 이상으로 증가(학대판정 2001년 2,105건 →2012년 6,403건)하고 사망사건 등 학대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 경제적 이유 등에 따른 가정해체로 방임, 유기, 신체학대 등이 증가한 것이다.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계모나 계부학대보다 친부모 학대가 더 많다. 2012년 통계를 보면 총 6,403건 중 부모에 의한 학대가 5,370건으로 83.9%를 차지한다. 동거인의 경우는 75건으로 1.2%에 해당한다. 우리는 친권을 중시하는 문화적 풍토에 의해 대부분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학대가 일어난다.

전문기관에서는 아동학대 발생의 주요원인을 분석하였다. 보호자의 양육기술 미숙(30.7%), 사회 경제적 스트레스(22.8%), 가족간 갈등(10.3%)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부모가 될 준비를 갖추지 않고 부모가 되었다. 그러니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자식의 욕구보다는 부모의 욕구에 맞추려 한다.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안다.

이번 계모 아동 학대 사건을 보고 부모되기 공부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학교 교육과정에도 이런 것은 없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도 여기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부모되기 공부는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아동, 부모에 대한 아동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심각성에 대한 국민 의식 개선 홍보를 통한 예방 및 재발 방지 강화가 절실하다. 신고 의무자 교육도 필요하다. 그러면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디. 이제 교사의 임무 우선 순위가 바뀔지도 모른다. 첫째가 학부모와의 소통. 둘째, 아동을 사랑으로 대하기. 셋째가 교육.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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