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아내의 동의가 있었다. 이동식보다 고정 장소에서 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대비하면 기존 건물에서 하는 것이 낫다. 이러한 것을 세세히 알아내고 추진하려다 보니 도저히 혼자서는 할 수 없다. 가족 힘만으로도 안 된다. 자원봉사 단체에서 회원들이 힘을 함쳐 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것을 알았다. 개인적으로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였다.
여겍선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온 나라가 침울하다. 특히 공직자나 어른들은 국민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죄를 지은 느낌이다. 기본과 원칙을 지켜 후세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고 그런 안전한 나라를 가꾸어야 하는데 부끄러운 치부가 드러나고 말았다. 그 동안 관행적으로 내려오던 적페를 이젠 털어 내야 한다.

그러나 사고의 현장 진도에서는 아름다운 자원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필자는 '진도 팽목항의 아름다운 자원봉사'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이번엔 진도 실내체육관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무료급식 자원봉사에 대해 인상적인 것을 써보고자 한다.
이들 자원봉사 단체들, 누가 시켜서 또는 누구의 지시받고 여기에 온 것 아니다. 자발적으로 온 것이다. 역할을 분담하여 무료 급식 봉사를 펼치는데 그 장면이 감동적이다. 실내체육관 밖에 설치된 봉사천막만도 20여개가 된다. 간단한 음료수나 생활용품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급식을 제공한다.
사단법인 유러브운동본부. 천막에는 '피해자 가족 여러분 힘내세요!' 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고 '어머니의 사랑을 온 누리에'라는 문장이 있다. 주로 여성분들이 봉사를 하는데 잔반처리는 남성분들이 맡고 있다. 이 단체의 특이한 점 몇 가지가 있다.


첫째, 24시간 식사가 가능하다는 것. 가족을 잃은 사람들, 경황이 없다. 식사 시간을 제 때 챙길 수 없다. 가족을 잃고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급식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이 시간을 놓치면 굶어야 한다. 이것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봉사 인력이 항상 대기해야 한다.
둘째, 식판이 아니라 접시에 뷔페식이다. 반찬은 4-5가지 되지만 자기가 필요한 만큼의 양을 가져올 수 있다. 대부분 봉사자가 배식을 하는데 여기서는 본인이 밥과 반찬을 담는다. 이렇게 하니 잔반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버리는 양을 최소화하면 환경보전이 된다.
셋째, 위생적이다. 입구에 들어가면 세정제로 손을 소독한다. 왜 그러내고 물으니 "식사하는 사람마다 밥 주걱을 만지므로 손이 깨끗해야 한다"고 답한다. 또 봉사자들은 반찬통 주위나 식탁에 음식 흔적이 남아 있으면 얼른 치운다. 식사 후 밖으로 나오면 남성분들이 식기를 받아 든다.
넷째, 후식으로 과일도 있고 숭늉 대신 구기자 대추차를 마실 수도 있다. 이게 다 상대방을 배려한 것이다. 식사를 대강해서 때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단체는 재난 구호 급식으로 대구지하철 참사 때도 했다고 전해 준다.
다섯째, 야식으로 라면을 제공한다. 이 곳에서 컵라면은 더운 물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런데 이 단체는 밤 9시 이후 끓인 라면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조리하지 않고 먹는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간식을 제공하다는데 감동을 준다. 무료급식 봉사,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여기서 한 끼 식사를 하고 나면 감사와 감동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