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014.06.05 14:11:00

베란다 텃밭을 가꾸며

지난 5월 하순, '베란다 텃밭, 고추농사 실패원인'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작년과 조건은 다 같은데 꽃만 피지 열매가 맺지 않는데 대한 원인을 분석한 것이다. 농사의 전문가가 아니어서 아마추어로서 초보 도시농부로서 결론을 내린 것은 모종에 이상이 있다는 것.
 
그 결론 맞을까? 한 마디로 틀렸다. 고추모종 10개가 드디어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이다. 그 전까지는 개화만 하고 꼭지가 떨어져 안타깝게만 바라다 보았다. 그런데 모종 당 고추 3,4개가 맺혀 있는 것. 아내의 분석이 맞았나 보다. 아내는 일조량이 부족하여 그렇다고 했다.




고추는 어디에 멸매가 맺을까?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모른다. 식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 아내에게 설명해 주었다. 고추는 자라면서 가지가 갈라진다. 그 갈라지는 가지 사이에서 고추꼭지가 매달리고 개화에 이어 열매가 맺는 것. 그러니까 가지가 위로 올라가면서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고추가 많이 맺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추농사 실패로 결론을 내렸던 것은 너무나 조급했던 것. 가지 사이에서 열매를 맺어야 하는데 그 전에 낙화가 되는 것을 두 세차례 목격을 하고 나서 결론을 내린 것. 한 마디로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부족했던 것. 고추모종, 처음엔 열매맺기가 실패했지만 그 이후엔 성공하고 있다.

모종 당 2개씩만 맺어도 화분이 10개이니 20개다. 지금 고추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오늘은 더 잘 자라라고 화분을 창틀 위에다 올려 놓았다. 고추가 잘 자라려면 하루에 햇볕을 8시간 정도 받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아파트의 경우, 남향이긴 하지만 앞동 그림자 때문에 일조량이 충분하지 못하다.


토마토 모종 두 개도 잘 자라고 있다. 처음엔 포도송이처럼 핀 노란꽃 10여개에 두 서너개 열매가 맺었다. 그러던 것이 꽃은 20여개가 되고 열매는 10여개가 맺혔다. 아마도 순치기의 영향이 있었나 보다. 토마토는 원줄기에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야 열매가 튼실하다.

교육청과 붙어 있는 00초교가 있다. 점심식사 후 그 학교를 산책하는데 반별로 가꾸는 화분에 관심이 간다. 어린이들이 점심시간마다 물을 주고 정성껏 가꾼다. 토마토 열매를 맺은 것을 보니 색깔이 짙다. 아마도 거름기 많은 흙에 태양을 맘껏 받아서 그럴 것이다.

감자, 가지, 토마토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하나의 낙이다. 필자는 토마토 순치기를 해 주었다. 순치기란 원줄기에서 갈라져나오는 순을 잘라주는 것을 말한다. 튼실한 열매를 맺게 도와주려는 의도이다. 순치기를 하지 않으면 잎줄기는 무성하게 퍼지는데 열매가 여러 곳에 열려 열매가 부실해진다.

흔히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만약 모종이 잘못되었다고 모종을 캐내 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참고 기다리는 여유가 없었다면 지금의 고추 열매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원인을 분석해 보는 태도는 좋다. 그러나 비전문가의 결론을 100% 믿어서는 안 된다.

교육도 마찬가지 아닐까? 무한한 잠재능력을 가진 우리 학생들! 그들이 자라서 어떤 훌륭한 인물이 될 지 모른다. 다만 우리들은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맘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것을 느긋하게 지켜보지 못하고 조급하게 결론을 내려 그냥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식물 성장을 보면서 교육의 현실을 반성해 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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