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산책하며 자연과 친해지기

2014.06.05 14:11:00

우리는 흔히 자연과 가까이 하려면 멀리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이나 강, 바다로 떠나려 한다. 때론 자연이 파괴되지 않은 외국으로 가려 한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우리가 찾는 것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내가 사는 가까이에 있다. 문밖을 나서면 자연이 우리를 반겨 준다.

행복이라는 무지개도 마찬가지다. 무지개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 결국엔 집에 돌아와서 발견하는 것 아닐까? 행복, 멀리서 찾으려 하지 말고 가까이에서 찾아야 한다. 내가 사는 고장에서, 내가 사는 집에서 찾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다만 찾으려 하는 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아파트 산책하며 자연과 가까이 지내기. 특별한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자연을 향한 따뜻한 시선, 열린 마음과 시간이 필요하다. 카메라와 함께 하면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사계절 변화하는 모습을 탑재하면 공익을 위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카메라를 들고 아파트를 한 바퀴 돌아본다. 혼자만의 여유 있는 산책이다.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산수유 열매. 봄을 알려주는 방사형의 노란꽃이 벌써 열매를 맺었다. 그 중 몇 개는 붉은 색을 띈다. 벌써 가을을 준비하는 것일까? 6월에는 열매가 연두색이라 관심 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습기 있는 그늘에서 잘 자라는 돌나물도 보인다. 음식점에 가면 초고추장에 묻혀져 나오는 나물이다. 군집을 이루어 자라고 있는데 노란꽃이 피었다. 꽃이 피었다는 것은 식용의 시기가 지났다는 것. 꽃이 피기 전에 수확하여 식용으로 사용하면 된다. 돌나물 잎과 줄기는 마치 채송화 잎과 비슷하다.

화려한 위용을 자랑하던 벚꽃은 어떻게 되었을까? 벌써 열매를 맺었다. 한 나무에서도 열매 익는 속도가 다 다르다. 연두색, 노란색, 분홍색, 보라색, 검은색 등. 완전히 익은 열매는 먹어도 된다. 어렸을 때 이것을 먹고 배고픔을 잠시 잊은 추억이 있다.
 
우리 아파트에 화분을 가꾸는 어르신 한 분이 있다. 8개 동 중에서 오직 한 동만이 화단이 풍성하다. 그 화단 옆을 지나가면 덩달아 행복해진다. 한 사람의 화초 가꾸기 봉사가 여러 사람을 행복라게 해 준다. 아파트 관리규정에는 아파트 내애서 농작물이나 화초를 가꾸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개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피어난 엷은 보랏빛의 금강초롱꽃. 멸종 위기의 희귀 식물이다. 강원도 치악산 깃대종인데 도심 아파트 화단에서 잘자라고 있다. 깃대종이란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생태적, 지리적,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을 말하며 그 중요성으로 인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생물종이다.

5월 하순이면 감꽃이 피고 6월 초순이면 애기감이 떨어지나 보다. 감나무밑을 지나가면 감 떨어진 흔적이 보인다. 꽃이 시들어 열매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고 마른꽃이 떨어진 경우도 있다. 문학 작품에서 '감꽃이 뚝뚝 떨어져버린 어느 날'이라는 문구가 생각난다.

아파트를 산책하면 보이지 않는 수확도 있다. 오늘은 두 가지를 얻었다. 바로 대추나무꽃과 가시오가피곷. 대추나무꽃은 너무나 작아 그 동안 유심히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오각형의 꽃이 마치 우리나라 정부 휘장같다. 가시오가피꽃은 방사형의 모양이 마치 파꽃 같다.

아파트 산책하며 자연과 친해지기, 독자들에게 권유하고 싶다. 정서도 순화가 되고 살고 있는 아파트를 사랑하게 된다. 애향심이 애국심이 된다고 믿는 필자다. 아파트가 10년 정도 경과되면 벌써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가까이 있는 자연을 둘러보며 그 변화를 기록에 남기는 것도 괜찮은 취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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