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상떨기인가 절약인가?

2014.06.16 15:33:00

“이크, 이제야 상의 구멍 뚫린 내복 입고 다닌 것이 걸렸다!”

아내는 남편의 부끄러운 행동이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른다. 이게 무슨 일인가? 오늘 미장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용사는 몇 년 전 구멍 난 내복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이발하러 갔었는데 그 자리에서 비로소 이야기 하는 것이다.

필자의 습성 하나. 옷이 낡아 떨어지면 버려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 내복 같은 경우, 타인에게 보이지 않으므로 구멍 난 것을 그대로 입는다. 더 이상 못 입을 때까지 입는다. 그런 것을 미용사가 본 것이다. 다만 타인에게 손님의 비밀을 지키고 있었던 것.

그러고 보니 60년대와 70년대 못 살던 시기 어린 시절을 보낸 탓인지 근검 절약이 생활화되었다. 그 당시에는 구멍 난 양말을 기워 신는 것이 보통이었다. 해어진 옷도 헝겊을 덧대어 수명을 연장시켰다. 머리는 빡빡머리였고 깎는 횟수를 천천히 돌아오게 하였다. 이발 비용을 절약하려던 것.


지금 집에서 입는 추리닝 하의. 오래 입어 허리 고무줄이 끊어졌다. 하단 발목 주위도 낡았다. 어떻게 할까? 버리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정이 든 옷이 아까워, 절약이 몸에 배어 버리지 못한다. 얼마 전 고무줄을 샀다. 줄을 갈아 끼워서 입으려는 것이다. 가게에 가니 어렸을 적 검은색 고무줄은 구할 수 없다.

관사에서 쓰는 비누. 돈 주고 구입한 것이 아니다. 여행용 세면도구 선물세트에 있는 작은 비누다. 이것을 활용하는 것이다. 나 뿐 아니다. 전임자가 쓰던 비누도 보니 마찬가지다. 그도 6개월간 이 방에서 생활했는데 여행용 작은 비누를 반 정도 사용하였다.

요즘 양말, 구멍이 나서 버리는 경우는 별로 없다. 목 부분 고무줄이 늘어나서 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 했는가? 그 양말 아내가 앞장서 버려야 하는데 집에서 실내용으로 신는다고 버리지 않는다. 겨울에 신으면 발도 따듯하고 괜찮다고 한다.


베란다 텃밭에서 자라는 고추와 토마토. 이를 받쳐 세워주는 기둥은 굵은 철사다. 이 철사는 난 화분 선물 받았을 때 축하 리본을 매달던 것이다.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니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필요한 물건은 꼭 비용을 지불하고 사야하는 것만은 아니다.

‘물건 버리지 못하는 것’도 자식들에게 전해질까? 딸은 자기가 쓰던 교과서 참고서를 버리지 못하고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아들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고교 때 사용하던 모든 책을 버린다. 한 핏줄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무조건 재활용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어야 경제가 돌아가는데 절약만 강조하다보면 국가 경제 성장에 지장을 초래한다. 그래서 선진국은 ‘소비가 미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 형편에 따라 소비를 조절해야겠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적당히 지출해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

궁상떨기와 절약, 몸에 배서인지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옷의 경우, 얼마 전 큰 결단을 내렸다. 최근 2,3년간 한 번도 입지 않고 옷장에 있는 것을 버리기 시작했다. 아깝다고 생각하여 버리질 않으니 보관하는데 공간만 차지한다. 또 곰팡이가 슬기도 한다. 다시 세탁을 하니 비용이 추가 지출된다. 이제 궁상떨기인지 절약인지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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