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보다 도시농부 될래요"

2014.06.30 13:57:00

도시 사람들은 흔히들 귀농과 귀촌을 꿈꾼다. 농촌을 이상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흙에 살면서 흙으로 돌아가려는 것일까? 농사라는 것이, 농촌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젊은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편하게 살려고 농촌을 향한다면 후회하지 않을까?

우선 귀농과 귀촌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귀농은 농업을 생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귀촌은 농촌으로 돌아가 생활하는 것이다. 귀농은 농사가 생계수단이자 돈벌이다. 귀촌은 농촌에서 생활하면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귀촌생활에서 텃밭을 가꾸기도 하니 도시민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말이 귀농이지 농사가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 말하는 3D 업종, 그 이상이라고 한다. 또 농사는 지어 본 사람이거나 철저히 준비된 사람이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우리가 머릿속으로 꿈꾸는 수확의 기쁨은 누구에게나 찾아 오는 것이 아니다.

선배 중에 교직에서 은퇴하여 귀농하려고 6개월 코스 교육을 받은 분이 있다. 쳬계적으로 농사일을 배워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려는 의지가 강한 분이다. 이론 뿐 아니라 실전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분 고향은 시골이다. 그런데 농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농사 지으려면 3대 요소가 있다고 한다. 토지, 노동력, 자본이 바로 그것. 도시 생활에 실패해서, 사업에 망해서 귀농하다가는 실패의 연속 아닐까? 토지 사려면 일정액의 몫돈이 있어야 한다. 농삿일, 부부가 힘을 합쳐도 벅차다. 품앗이는 옛이야기다. 농기계값은 한 두 푼이 아니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SETEC에서 열리는 귀농귀촌창업박람회를 관람한 적이 있다. 농사 지어 본 적도 없으면서, 농촌 생활을 한 적도 없으면서 귀농과 귀촌을 꿈꾸기 때문이다. 아마도 귀농보다는 귀촌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공기와 물 맑은 곳에서의 전원생활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참가한 사람들을 보니 부부가 많다. 정부 관련 부처에서도 귀농과 귀촌을 적극 지원한다. 창업 성공 사례도 소개하고 1:1 맞춤 상담도 있다. 학교와 교육기관에서도 나왔다. 귀농과 귀촌을 뒷받침하려면 교육여건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귀농과 귀촌이 맞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농사는 여렸을 적 화단에 옥수수 심어본 것이 고작이다. 부모님이 가꾸신 포도나 앵두맛은 보았다. 앞마당 감나무에 감이 열린 풍경은 익숙하다. 교직생활하면서 학교밭에 학생들과 콩을 수확해 본 적은 있다. 이것을 농사라고 할 수 있을까?

도시생활에 익숙한 나. 아파트 문화에 벌써 젖어 있다. 도시문화와 예술도 향유할 줄 안다. 그러나 농부를 꿈꾼다. 해답은 나왔다. 아파트에 살면서 도시농부가 되는 것이다. 생활의 편리는 편리대로 찾고 농부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도시농부가 되는데 토지는 없어도 된다. 아파트 베란다를 활용하면 된다.

지금 우리집 아파트에는 토마토, 고추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방을 토마토는 하루가 다르게 색깔이 붉어간다. 고추도 쑥쑥 자라 식탁에 오른다. 쌈장에 찍어 먹으면 비타민 섭취에 좋다. 투자비용은 1만원 이하다. 투자대비 효과는 대만족이다. 그래서 혼자 결론을 내린다. "도시농부가 될래요!"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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