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망각

2014.07.18 14:07:00

요즘 부부 맞벌이가 대세라지만 애환도 많다. 특히 자식교육에서는 죄를 지은 듯하다. 동료 여교원 중에는 자식교육에 있어 안쓰러운 점을 말한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엄마가 한 번도 함께 하지 못했다고. 도시락이나 김밥을 싸주고 간식을 챙겨주어야 하는데 그걸 못 했다고 아쉬워한다.

부부가 모두 50대라서 그런지 실수가 잦다. 어쩌면 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치매 초기 증상? 아직 거기까지는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도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방금 또는 바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내지 못한다.

출근길,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는데 하이패스 미부착 글자가 뜬다. 카드가 당연히 차내에 달려 있어야 하는데 텅 비었다. 얼마 전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물건 제자리 갖다놓기를 해야 하는데…." 혼자 중얼거려 본다. 고속도로비는 나중에 이체해야 한다.


잠시 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출근하려는데 자동차 열쇠가 없다고 한다. 어디에 두었느냐고 묻는다. 늘 두는 곳, 다시 찾아보라고 한 뒤 내 가방을 살폈다. '세상에!' 아내의 열쇠가 내 가방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아마도 내가 운전을 하고 아내에게 건네지 않고 무심코 내 가방 속에 넣었나 보다.

사람은 항상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요즘 생활이 그렇지 못하다. 얼마 전에는 출근길에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었다. 빨리는 가야겠고 차는 밀리고 하여 끼어들기를 하다가 일어난 일이다. 트럭이 양보하면 좋으련만 밀어붙인다. 그러다가 트럭 앞문이 2cm 정도 긁혔다. 여유 없는 운전을 하다가 7만 원의 손해를 보았다.

우리는 흔히 실수를 하게 되면 '남 탓'을 한다. 책임을 타인에게 미루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내 탓'이다. 아내는 하이패스 사용 후 도난을 우려하여 운전자석 옆 박스에 넣어 두었다. 주위를 한 번 찾아보면 되는데 성급히 아내 탓을 한 것이다.

망각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 아침 출근 때 자동차를 찾지 못해 헤매는 도시인들이 많다. 지상, 지하 1, 2층을 찾아 헤맨다. 출근길 1분 1초가 아쉬운데 헤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늘 주차하는 구역을 정해 둔다. 그 구역에 주차할 수 없으면 예비구역을 정한다. 그리고 늘 그곳에 차를 주차하는 것이다.

흔히들 질서는 편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있어야 할 물건이 제자리에 있을 때 질서가 유지되는 것이다. 평소 들고 다니는 가방을 살펴본다. 무려 6개의 칸이 있다. 각각의 칸에 들어가는 물건이 정해져 있다. 그래야 그 물건을 찾기 쉽다. 그 질서를 무너뜨리면 물건 하나 꺼내기 위해 모든 칸을 살펴야 한다.

실수하지 않고 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기록의 생활화다. 수첩에 중요한 일, 그 날 해야 할 일을 메모한다. 그리고 확인한다. 필자의 경우, 그 날 할 일을 번호로 매겨 표시한다. 그리고 그 진척도에 따라 ○, △, * 표시를 한다. 일 처리 상황을 정확히 확실히 하는 방법이다.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왜 내 열쇠를 가져가서 날 허둥대게 했나요? 하지만 웃음으로 해결! 센터 서류는 학교에 가져왔으니 방문해서 찾아가라고 연락하길…" 직장이 멀어 아내에게 부탁하는 일이 많다. 그래도 여유 있는 아내는 웃음으로 해결한다. 실수와 망각, 웃음으로 해결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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