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짜가 싫다

2014.07.21 15:46:00

나는 공짜가 싫다. 아니, 이게 무슨 시대에 역행하는 말인가? 우리 속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공짜가 싫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혹시 무상급식을 비판하려고? 그것도 아니다.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은 무상급식이 아니라 세금급식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우리 집 거실에 시사월간지 1년 치 분이 쌓여 있다. 시사 흐름에 관심이 많건만 거뜰떠 보질 않는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사실 원고료를 주어야 하는데 내부 사정이 있었나 보다. 월간지를 대신 구독하라는 것이다. 이미 결정된 사실, 통보 형식이다.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내 뜻과는 아무 상관 없이 배달된 책이다. 만약 이 책을 보려고 서점에 가서 책을 샀다면 하루 이틀 사이에 다 읽었을 것이다.

직장엔 고교친구의 소개로 문학잡지가 매달 배달되고 있다. 문학에 관심이 있지만 배달된 책의 겉표지를 보고 마는 정도다. 시간이 있으면 목차를 살펴보고 장르별 제목과 저자를 훑어본다. 친구의 배려는 좋지만, 공짜로 받은 책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못 살던 시절, 물품이 귀하던 시절엔 공짜 물건은 하나의 행운이었다. 공짜의 사전적 의미는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저 얻은 물건'이다. 공짜로 준다 하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그 물건을 얻으려고 애썼다. 또 그 공짜 물건이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공짜 물건은 살림비용을 아끼는 또 하나의 수단이었다.

우리 집에 있는 공짜 물건을 몇 가지 살펴보았다. 물건도 다양하고 가격도 몇만 원 비싼 것에서부터 몇천 원짜리도 있다. 후배 동료에게서 얻은 기념 손목시계는 5만 원 정도 되지 않을까? 필기도구는 흔하다. 시대에 맞게 USB도 몇 개 있다. 주로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홍보용으로 만든 것이다.

아내가 받은 물건도 있다. 주로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것인데 바가지, 쟁반 등 그릇류다. 얼마 동안 쓰다가 부서지지도 않았는데 재활용함으로 들어간다. 제값 주고 구매했다면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다. 가볍게 들어온 물건은 가볍게 사라지는 것인가?

스카우트 지도자 생활을 오래 하여 행사 기념품도 몇 백 점 모았다. 교감 시절 김포교육박물관에 기증하여 지금은 몇 점 없지만 기증한 물건 하나하나가 추억이 담긴 소중한 물건이라면 쉽게 기증하지 못했을 것이다. 캠퍼리, 잼버리 등에서 받은 선물도 의미가 담겨 있을 때 소중하다. 그냥 거저 받은 물건은 애착이 가지 않는다.

교장 시절, 학교 교장실로 우편 배달되는 책이 있다. 보내는 분들은 교장이라는 직책을 고려하여 보냈지만 받는 사람은 그게 아니다. 교장 입장에서 교육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버릴 수는 없고. 책장에 꽂다 보니 양만 늘어났다. 이 책들은 결국 이사할 때 버리게 된다.

필자는 자칭 교육칼럼니스트다. 2006년 처녀작 '연(鳶)은 날고 싶다.' 발간 이후로 2012년 제5집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펴냈다. 그 책 1천 부를 펴내는데 몇백만 원이 들어간다. 책 판매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칼럼을 정리하고 마무리를 짓는 것이다. 직장 동료들에게 무료로 선물하기도 하였다. 처지를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본다. 내 책 누가 읽어보겠으니 달라고 하였나? 그냥 내 자랑하려고 준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그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짜로 받은 사람들, 책은 제대로 읽었을까? 아마도 한두 편 읽었거나 책꽂이에 그대로 꽂혀 있거나 폐품으로 나갔을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 공짜를 반기는 사회가 아니다. 한 5년 전까지만 해도 공짜가 통했다. 지금은 사람들 의식도 많이 깨었다. 선진화가 되었다는 의미다.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뜻도 이해함은 물론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는 것이다.'라는 말도 알게 되었다. 공짜 좋아하다가는 골병든다. 나는 공짜가 싫다. 당당히 살고 싶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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