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갈이한 구두를 보며

2014.10.14 09:08:00

나의 습벽 중 하나는 사용하던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는 사실. 그 물건 언제 쓸지 모르는데 재활용품으로 내어놓지 못한다. 절약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집안 살림이 점차 늘어나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의류는 1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았으면 과감히 버린다.

얼마 전 비가 온 후 어느 개인 날, 젖은 길을 걸어가는데 오른쪽 양말을 통해 축축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기분이 개운하지 않다. 실내에 들어가 구두를 벗어 뒤집어 본다. 구두 바닥이 닳아 구멍이 났다.

얼마나 오래 신었는지 닳아 해어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총각 때부터 신던 것이다. 그러니까 햇수로 20년이 넘었다. 이 구두만 계속 신은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이 맘에 들고 발이 편해 자주 신었다.

어떻게 할까? 버릴까 수선할까? 아무리 구두쇠라지만 구두 굽갈이는 몇 차례 한 적이 있지만 창갈이는 처음이다. 창갈이를 하고 얼마나 더 신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다. 업체에 알아보니 수선비용이 5만원이란다. 5만원을 투자해 볼까?

필자의 신념 중 ‘새로움에 도전하기’가 있다. 우리네 인생 일회적인 짧은 삶이다. 하고 싶은 것, 도전하고 싶은 것 그냥 지나치면 후회가 남는다. 도전해서 실패할 수도 있지만 얻는 것도 많다. 실패를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


제화점에 선불을 주고 수선을 맡겼다. 약 1주일이 지나니 수선 완료된 물건이 도착했으니 찾아가라는 문자가 왔다. 요즘엔 인터넷으로 수선 진행상황도 확인할 수 있다. 제일 궁금한 것은 ‘제대로 수선이 되었을까’ 이다.

바닥을 살펴보니 창은 물론 굽까지 새것이다. 이 정도라면 가죽이 떨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 20년은 더 신을 수 있겠다. 단, 구두를 함부로 신지 않고 구두약 등으로 관리를 잘해야 하는 것이다. 창바닥은 유명제화 상표 로고까지 새겨져 있다. 수선비용 5만원, 잘 투자한 것이다.

유년시절 추억 하나, 우리 동네에서 구두 굽을 아끼려고 구두굽에다 쇠로된 징을 박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 구두를 신고 다니면 걸을 적마다 구두징 소리가 난다. 매우 못 살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영향을 잠재적으로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결혼하여 슬하에 딸과 아들 하나씩을 두었다. 모두 대학생인데 자식 두 명 성격이 다르다. 딸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사용하던 교과서와 참고서, 노트를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다. 아들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입시에 관련된 책을 모두 버렸다. 간직하고 버리기에 장단점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두창을 갈았지만 요즘 버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딸의 방에 있는 교과서와 참고서는 딸의 허락을 받고 재활용품으로 내어 놓았다. 몇 년 간 그대로 쌓아두고 펼쳐보지 않는 것은 공간만 차지한다. 공간을 뜻 있게 사용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우리네 인생, 재활용도 때론 필요하지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창갈이한 구두, 개인적으로 이득이지만 기업과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될까? 부자들의 명품 선호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돈 있는 사람들은 그들에 맞는 소비를 해야 한다. 창갈이한 구두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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