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말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2014.12.19 13:08:00

학교나 교육청에서 행사를 하다 보면 ‘인사 말씀’ 순서가 있다. 학교에서는 이 부분을 대부분 교장이 맡아 행한다. 운동장 조회나 방송 조회 시 교장 선생님 말씀이 바로 그것이다. 학생들은 이 순서가 되기 전부터 괴로워한다. 왜? 재미가 없고 길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장 시절 훈화는 짧게 하기로 마음 먹었다. 훈화가 짧으나 기나 학생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빨리 끝나기만 기다린다. 그래도 짧게 인상적으로 하면 그 내용을 조금은 기억한다. 짧게 끝내기로 약속하면 주의를 집중시킬 수도 있다. 약속을 지키면 학생들로부터 박수도 받는다.




바로 어제 우리 교육지원청 주관 학생들 발표회가 있었다. 행사명이 ‘자신의 끼와 소질을 스스로 발견해 가는 2014 방과후학교지원센터 일곱빛깔 발표회’이다. 남양주시청 다산홀에서 열렸는데 무려 4백 여명이 관람하였다. 미술전시와 예능발표를 겸한 자리다.

교육지원청에서는 커다란 행사의 경우, 교육장이 인사 말씀을 한다. 교육장 일정이 중복되었을 때는 교수학습국장이 교육장 역할을 한다. 국장도 일정이 바쁘면 교육지원과장이 그 역할을 대행한다. 이번에 이 업무를 맡고 있는 필자가 인사 말씀을 맡았다.




대행 역할 쉬운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행사의 성격을 파악해야지, 참석자들의 눈높이도 맞추어야 한다. 이번 행사 참관자는 학생, 학부모, 지도강사, 교원들이다. 그렇다고 준비한 원고를 읽으면 분위기 망친다.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개회사와 국민의례에 이어 인사 말씀이 있다. 그리고 본 공연인 발표회가 펼쳐진다. 초교 12개교, 중학교 1개교가 발표한다. 복도 전시장에는 창의미술과, 한국화 분야의 작품이 이젤에 전시되어 있다. 우리 학생들이 지도강사의 지도로 방과후 활동 시간에 만든 것이다.

필자의 속마음은 이렇다. 아예 의식을 생략하고 발표에 들어가자는 것이다. 다만 진행자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고 공연 관람객의 에티켓을 준수하게 하면 된다. 본공연이 중요하지 기타 의식은 본공연을 위한 들러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내려온 관행을 깨기가 어렵다.

국어교사 출신인 필자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1분 이내로 끝났을 것이다. 길게 하는 인사 말씀 관행을 깨서 인지 무대에서 내려올 때 박수도 받았다. 이 무대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을 사람은 누가 뭐래도 학생이지 교육청 과장은 아닌 것이다. 과장은 어디까지나 이 무대를 빛내 주는 조연이다.

“배우는 기쁨. 희망찬 내일. 여러분 이 말 무슨 뜻인 줄 이해하죠? 오늘 출연한 학생들 마음껏 꿈과 끼를 펼치기 바랍니다. 관람객들도 함께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지도하여 주신 강사님, 관심 갖고 이끌어 주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내빈으로서 발표회를 끝까지 관람하였다. 출연하는 학생들을 힘찬 박수로 격려해 주었다. 인사 말씀 후 곧바로 퇴장할 줄 알았던 사람들의 기대를 깨버린 것이다. 그래도 교육청을 대표하는 사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행사의 품격이 올라간다. 학생들도, 지도강사도 최선을 다하여 더 열심히 발표한다. 학생들이 주인공이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교육청, 지원단 선생님이 더 좋은 무대를 만들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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