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주례 없어도 잘 되네요"

2014.12.22 12:45:00

오늘 안양의 결혼식장에 참석하였다. 교육에 몸 담으면서 알게 된 분의 딸 혼사다. 2004년 필자의 교감 시절, 학교 일로 알게 되었으니 10년이 넘는다. 몇 년 전에는 그 분 아들 혼사에 안산에까지 가서 축하를 해 준 적이 있다. 인간적으로 맺어졌기에 안양이고 안산이고 가서 축하를 하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 결혼식 청첩을 받으면 축의금을 직접 예식장에서 전달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주말 개인적으로 모두 바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의금을 다른 방법으로 전하기도 한다. 통장에 넣기도 하고 식장에 참석하는 다른 지인 편으로 전달도 한다.

12시 30분 예식이라 11시 30분 수원 출발이다. 주말 예식장은 하객들로 붐빈다. 주차장이 넓어야 손님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다행히 주차 요원들이 친절히 안내를 한다. 식장에 들어서 혼주와 인사를 나눈다. 부부가 반가이 맞아준다.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기다린다. 그냥 점심식사 하러 간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결혼 축하다. 그러려면 결혼식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신랑과 신부 얼굴, 양가 부모 얼굴을 제대로 확인한다. 예식장 분위기와 장식이 화려하다. 테이블에 앉아 참관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예식이 진행되는 것을 보니 다른 곳의 예식과 같은데 주례석의 주례가 보이지 않는다. 신랑과 신부가 혼인서약서를 직접 낭독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그리고 신부 아버지가 성혼성언을 한다. 그러면서 하객들에게 더불어 인사말씀도 전한다.

신랑 아버지는 덕담 순서에 주례석에 섰다. 친지와 하객들에게 감사 말씀을 전하고 아들과 며느리에게 당부하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질문을 하고 다짐을 받는다. 덕담에 가식이 없다. 당부하는 것도 커다란 것이 아니다. 사소하고 작은 것을 실천해 달라고 부탁한다. 평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결혼식장에 꼭 주례가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관습이다. 이것을 요즘 젊은이들은 깨뜨리고 있는 것이다. 또 양가 부모가 이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 대신 주례 역할을 신랑과 신부 부모가 하고 있다.

사실 주례 어떻게 정하는가? 대개 신랑의 학교 은사나 직장 상사가 맡는 경우가 많다. 또는 신랑 아버지의 친구가 맡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주례는 부모님이 아닌가 싶다. 가장 오랫동안 함께 살았고 삶의 멘토가 부모가 되는 경우가 이상적인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 결혼식에서의 새로운 제안을 한 적이 있다. 혼인서약 시 주례가 묻는 말에 “예!”하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혼인서약을 신랑과 신부가 스스로 창의적으로 작성하고 낭독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결혼의 참된 의미를 새기고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한다고 보았다. 그 내용을 신문에 투고한 적도 있다. 오늘 그 장면을 보니 기분이 새롭다.

결혼식, 주례의 주례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의 혼인서약의 내용, 결심, 실천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것을 여러 친지와 하객들 앞에서 선언하고 실천을 다짐하는 것이다. 주례사 대신 양가 부모의 덕담 인사 말씀도 신랑과 신부에게는 소중한 인생의 가르침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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