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었다고 배신자라니?

2015.01.22 09:22:00

오늘 점심시간의 일이다. 우리 과 직원더러 다른 과 직원이 배신자라고 부른다. 헉, 이게 무슨 말인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이런 말을 들어서는 아니 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하! 그런 것이구나!’ 듣고 보니 이해가 된다. 그러나 배신자라는 말은 귀에 거슬린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우리 직원이 그 동안 흡연자 그룹이었나 보다. 그래서 흡연자들끼리 흡연하면서 어울린 것이다. 그러다가 금연을 하니 자연 어울리는 것이 뜸하게 된다. 그래서 농담으로 ‘배신자’가 나온 것이다. 흡연자 대열에서 이탈했다고.

어제 뉴스를 보니 끔찍한 장면이 나온다. 비흡연자의 폐는 분홍색인데 15년 흡연자는 검은색 무늬가 있다. 30년 끽연자는 시꺼멓다. 이것을 보면 금방이라도 담배를 끊을 것 같다. 담배의 폐혜가 시각적으로 확 드러난다. 목숨을 단축시키는데 일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직원 편을 들어 본다. 담배를 끊으면 본인 건강에 좋고 주위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니 얼마나 좋은가? 가정에서도 사모님과 자식들이 좋아할 것이다. 그 뿐인가? 돈도 절약할 수 있다. 요즘 담뱃값이 인상되어 금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담배를 끊었을 때 ‘배신자’라는 말 대신 용기가 대단하다고 또 결심을 실천하는 결단력을 칭찬해 주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흔히 작심삼일이란 말을 쓴다. 결심이 오래 가지 못하고 도로아미타불일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금연 결심도 주위에서 도움을 주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필자도 중학생 때 호기심으로 잠시 담배에 손을 댄 적이 있다. 그 당시엔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싫어도 그들과 행동을 같이 해야 동료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래야 서로 뭉치는 것이다. 흡연 소감은 한 마디로 ‘이렇게 쓴 것을 억지로 들이마실 필요가 있을까? 혀는 뻣뻣해지고 입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고 기침은 콜록콜록 대고….’

담배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만 남겼다. 그들과 어울리지 않으면서 자연히 담배를 멀리 하게 되었다. 학군단 병영훈련 시절에는 담배 보급이 나왔다. 담배를 모아서 할머니를 갖다 드렸다. 훈련 휴식 시간에는 맑은 공기를 쐬었다. 흡연을 하지 않으니 담배는 쓸모없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학창 시절과 직장 초년 시절 가장 흔한 인심이 담배인심이었다. 흡연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친교를 다질 수 있는 기회기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흡연자에게는 담배 연기가 고역이다. 과학적 근거에 따르면 간접흡연의 폐혜가 크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몇 년 전 프랑스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카페에서, 도시 곳곳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흡연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뒤처리도 그냥 바닥에 버리는 것이다. 특히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가진 팔등신의 여성들이 흡연하는 모습은 ‘멋있다’가 아니라 ‘흉하다’였다.

요즘 방송을 보면 흡연 모습은 뿌옇게 처리되고 있다. 아마도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일 것이다. 얼마 전까지 흡연자의 흡연 모습이 멋지게 비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흡연자의 흡연권과 비흡연자의 혐연권이 부딪치다가 비흡연자의 판정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지금도 필자는 담배를 멀리 한다. 젊었을 때부터 금연이 습관화되니 흡연으로 건강에 지장을 가져오지 않는다. 집안에서도, 옷에서도 담배냄새가 나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에게 냄새로 폐를 끼치지 않는다. 담배를 끊는 사람에게 ‘배신자‘라는 말 대신 ’대단한 실천가‘가 어떨까? 자기 자신과 주위 사람 모두의 건강을 위해 하는 배신은 얼마든지 해도 좋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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