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청개구리 울음소리, 올봄엔 들으려나?

2015.02.02 13:37:00

우리 아파트 가까이엔 일월공원이 있다. 1941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인공저수지인 일월저수지가 있고 이 곳을 찾는 사람은 저수지를 한 바퀴 돌면서 빨리걷기나 산책을 하면서 둑에 설치된 운동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도심 한가운데 이런 호수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출발지에서 한 바퀴 돌면 1.9km 인데 버드나무길, 왕벚꽃길, 메타세콰이어길이 이어지다가 야외공연장이 나온다. 다시 벚꽃길이 이어지는데 왼쪽에 수원청개구리 서식처가 새로 생겼다. 여기를 지나면 다시 메타세콰이어길이 이어지다가 제방이 나타난다.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에서 30분 정도다.

아파트 가까이 있으면 이 공원을 자주 이용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부러 시간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생활에 바쁘다보니 주말에나 이용하지 평일엔 엄두를 못 낸다. 얼마 전 저수지를 한 바퀴 돌다가 깜짝 놀랐다. 새롭게 신발먼지 털이개가 설치되었고 수원청개구리 서식처가 완공되었기 때문이다.


수원청개구리 서식처 안내판을 보니 환경부 생태보전협력금 지원사업을 받은 것이다. 아마도 수원시에서 계획서를 올려 사업비를 받은 것이리라. 지자체의 노력으로 이러한 생태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지자체가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사업이다.

이 곳 산책로 인접해서 논이 있다. 이른 봄 모내기 철부터 논에는 개구리가 울어댄다. 개구리뿐 아니다. 맹꽁이도 울어댄다.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소리의 진원지인 개구리를 발견하려고 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특히 밤에 듣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느낌이 색다르다.

그렇다면 이 서식지에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할 것인가? 그렇게 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엔 개체를 구해다 자연방사를 통해 길러야 한다. 그러면서 개체 수를 점점 늘려야 한다. 이 곳엔 생태습지, 논습지, 동절기 서식지, 버드나무 군락지 등이 만들어져 있다.


수원청개구리는 1980년 수원 농촌진흥청 인근에서 처음 발견되어 수원이라는 명칭이 들어가게 되었다. 기후변화 지표종, 우리나라 고유종으로서 그 개체가 점점 감소되어 가던 중 2012년 1월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였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얼마 안 가 종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리라.

필자는 10여 년 전 수원청개구리를 직접 본 일이 있다. 2005년 8월경, 충남 보령지역 여행시 우리나라 동식물을 전시하는 곳을 방문하였다. 전시장에서 '수원청개구리' 라는 종(種)이 따로 있음을 알고 친근함을 느껴 사진도 찍어 놓았다. 이후 우리나라 고유종을 기르고 있는 곳에서는 으례 이 청개구리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신문 기사를 보니 경기도 일원인 파주 임진강 일대와 한강 하류 주변에서 멸종 위기종인 이 개구리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체가 직접 발견되기도 하고 수 십마리의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보고가 있다. 얼마 전에는 평택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면 이 곳 수원에서는?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는 소식는 아직 듣지 못하였다.

재작년 수원 율전동에 있는 밤밭청개구리 공원 개장이 있었다. 수원 청개구리를 복원시키려는 의도에서 일부러 공원 명칭도 그렇게 지은 것이다. 여기에도 작은 호수가 있고 논, 개울이 있어 청개구리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양서류와 함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파충류 서식지도 만들어 놓았다.

수원청개구리, 이름 그대로 수원에서 살아야 제 격이다. 또 수원에 살아야만 한다. 그래야 깃대종(Flagship Species)이다. 깃대종이란 특정 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 야생 동식물로 사람들이 보호해야 할 것으로 인정되는 동식물을 말한다. 수원에서 수원청개구리를 복원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머지 않아 밤밭 수원청개구리 공원과 이 곳 일월공원의 서식처에서, 또 인근의 논에서 청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청개구리 울음소리는 다른 청개구리 울음소리와 다르다고 한다. 과연 올 봄엔 수원청개구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인가? 정말 기대가 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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