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안중근을 생각합니다"

2015.02.16 09:01:00

오늘은 2월 14일이다. 흔히들 발렌타인데이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집도 아침 식사를 마치니 아내가 말을 건넨다. "당신, 쵸코렛 준비했지?" 헉, 이게 무슨 말인가? 이 날이 쵸코렛 먹는 날인가? 누가 주든 상관없이, 연인끼리 선물 주고 받는 날에서 가족끼리 쵸코렛 먹는 날로 변했단 말인가?

아내의 말이 무리가 아니다. 워낙 바쁜 세상이다 보니, 급변하는 세상이다 보니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챙기기에 바쁘다. 나라를 생각하고 호국선열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오늘 만큼은 쵸코렛 대신 안중근 의사를 조용히 생각했으면 한다.

작년 이 맘 때 쯤엔 젊은이들 사이에서 뜻있는 움직임이 있었다. 발렌타인데이 대신 안중근 데이로 하자는 것이었다. 이 날이 바로 안중근이 재판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날이기 때문이다. 안중근은 우리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역에서 사살하였다. 우리 나라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한 거사였다.


인간은 죽음 앞에 한없이 나약하다고 한다. 그러나 안중근은 달랐다. 자신의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 들였다. 슬프거나 애통해 하지 않았다.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안중근은 옥중에서 자신을 찾아 온 두 동생에게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국권회복을 위하여 힘쓸 것이다...(중략)...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이런 말이 있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말. 이런 위대한 영웅, 어떻게 태어났을까? 바로 위대한 부모가 있었기 때문 아닐까? 사형을 앞둔 아들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를 보면 가슴이 저린다. 그의 어머니 이름은 조마리아이다. 평소 가정교육의 단면이 나타나 있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거라."

필자는 교육자로 있으면서 2006년부터 여순 감옥을 세 차례나 방문한 적이 있었다. 감옥을 돌아보면서 마음이 무척이나 착잡하였다. 더우기 우리나라는 안 의사의 유해를 찾지 못하였다. 일제가 어디다 매장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방문하여 보니 여순 감옥 인근이 아파트 단지로 변하고 있었다. 그 날 방문객 전체가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안중근을 연구한 학자들에 의하면 그는 위대한 독립투사였을 뿐 아니라 위대한 평화주의자라고 한다. 그는 재판에서 하얼빈 거사가 한국의 독립뿐 아니라 동양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옥중에서 구상한 '동양평화론'의 내용은 100년이 지난 지금의 유렵공동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의 기능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위대한 선각자다.

호국선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들이 여기에 있다. 발렌타인데이만 기억하지 말고 안중근 의사를 꼭 기억했으면 한다. 1909년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거사일, 1910년 2월 14일은 사형 선고 받은 날. 1910년 3월 26일은 여순 감옥에서 순국한 날.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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