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삶'을 생각하다

2015.02.21 13:36:00

요양병원, 우리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얼마 전 건강하시던 장모님이 쓰러지시고 장모님의 간병을 받던 치매 장인어른을 돌 볼 사람이 없자 요양병원을 찾게 되었다. 원래 자식들이 간병을 해야 하지만 자식들 모두 직장이 있고 각자 살기에 바쁘다.

그 전까지 요양병원 또는 요양원에 대한 생각은 공기 맑은 곳에서 요양하면서 조용히 생을 정리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 요양병원을 돌아보니 그게 아니다. 도심 곳곳에 요양병원이 있다. 그 곳은 환자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도래했음을 체감했다.

장인, 장모가 함께 입원해 있는 안산의 00병원. 자식들이 쉽게 방문하고자 두 분을 같은 병원에 모셨다. 지금 장모님은 뇌수술로 인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다. 장인 어른은 치매 정도가 삼하여 자식들을 알아 보지 못한다. 밤에 잠을 못 이루시어 약의 힘으로 주무시고 있다. 자연히 두 분 다 침대생활을 하고 있다.




요양병원의 풍경 하나. 환자 대부분이 침대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스스로 거동이 가능한 사람은 상태가 양호한 사람이다. 복도를 산책하는 사람은 건강을 회복해 퇴원 가능성이 많다. 그 다음이 보행기구의 도움을 받아 걷기 연습을 하는 사람이다. 그 다음 단계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설날 오전에 병원을 방문하였다. 병문안을 마치고 병원을 둘러 보다가 환자의 권리장전을 보았다. 환자는 존엄한 인간으로서 예우 받을 권리가 있다. 환자는 의료진으로부터 성실한 진료와 질병의 판단, 치료계획, 결과, 예후에 대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환자는 진료내용, 신체의 비밀 및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 등.




설날이라 그런지 환자 가족들의 방문이 많다. 복도를 둘러보다가 감동적인 장면 하나를 보았다. 복도 한 쪽에 돛자리를 깔고 자식들이 휠체어를 탄 아버지에게 세배를 올리는 장면이다. 그 다음엔 손자들이 세배를 올린다. 자식들이 아버지에게 손자들에게 줄 세배돈을 건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효도가 없어 졌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들에게는 부모를 공경하는 효심이 살아 있다. 부모의 솔선수범이 자식들에게는 살아 있는 교육이 된다. 부모에게 불효를 하면 자식들이 그것을 지켜본다. 부모가 자식 손을 잡고 병원을 방문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장면이다.

요양병원에서 삶을 생각해 본다. 음성 꽃동네에서 이런 문구를 보았다.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신의 은총입니다" 거지 최귀동 할아버지가 동냥을 하여 거동 못하는 다리 아래의 거지들을 먹이는 장면을 보고 오웅진 신부가 깨달은 것이다. 그리하여 걸인들을 위한 꽃동네가 탄생한 것이다.

요양병원에서 보니 환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신체를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 자식들에게 희망을 준다.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있으면, 화장실을 다닐 줄 알면 상태가 좋은 것이다. 가족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의사소통이 가능하므로 정상인과 같다. 기저기를 차고 대소변을 받아 내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네 삶이란 무엇인가? 요즘엔 웰빙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웰다잉도 중요하다고 한다.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죽음이 행복할 수야 없지만 다가오는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 들이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가족들은 임종을 앞 둔 부모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 전에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에 맘껏 효도해야 후회가 적다. 일회적인 우리들 삶,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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