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스를 보니 출산 연령이 점점 높아간다는 소식이다. 출산연령이 평균 32세로 '노산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고연령 산모가 점점 증가하여 작년 신생아 수는 1970년 통계를 잡은 이래 역대 두 번째로 적다고 한다. 텔레비젼 화면에는 산모들 연령을 보여 주는데 20대 '젊은 산모'가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 아침 아침 식사 후 아들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한다. "아빠, 나 결혼하면 자식 5명 가질 계획이예요."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요즘 결혼 적령기를 앞 둔 세대들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 한 두 명도 아니고 다섯 명? 정말 의외다. 아들은 군대 다녀와서 복학한 대학 3학년생이다. 나이는 24세.
철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말 것인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것인가? 우리 부부는 후자를 택했다. 아들은 부연 설명을 한다.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죽으면 그만이잖아? 부모로서 남길 수 있는 것은 자식인데 그래도 다섯 명은 남겨야 된다고 보는데."
아내는 아들과 딸 각각 4명의 8남매 중 셋째 딸이다. 필자는 아들과 딸 각각 3명의 6남매 중 막내 아들이다. 자식들이 우애가 좋고 성공한 모습을 보아서 일까? 다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아들의 생각은 요즘의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생각이다. 아내와 필자, 우리 세대는 베이비 부머 세대다.
아내의 반응은 어떨까? "아들아, 나 자랄 때 얼마나 어렵게 자랐는지 알아? 쌀독에 쌀이 남아 있는 날이 별로 없었어. 버스 차비가 없어서 엄마는 아침부터 돈 꾸러 다니고." 아들의 반격이 이어진다. "자식 키울 만치 돈을 충분히 벌면 해결되잖아? 나는 그렇게 할 자신이 있어."
그렇다. 요즘 사람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자녀교육 때문이다. 자식 한 명 당 몇 억을 투자해야 한다. 박봉에 허덕이는 것은 당연하다. 자식이 많다면 더욱 힘들다. 먹고 살기야 하겠지만 훌륭하게 키우기는 어려운 것이다. 아내가 양보하여 세 명 정도 가질 것을 권유한다.
필자의 생각은 어떤가? 물론 독신보다는 결혼이 좋다. 종족보존의 기본욕구도 있고 하니 결혼하여 자식은 두 명 정도가 좋다고 본다. 자식이 복(福)인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자식이 짐이다. 어깨에 짐 하나 얹고 가는 것과 짐 다섯 개 얹고 가는 것,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물론 자식의 몫이다.
필자의 어린 시절인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반. 필자의 부모는 이런 생각이셨다. 자식은 제 먹을 것은 갖고 태어난다고. 그래서 자식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복으로 여기셨다. 그러나 이것도 가정경제가 뒷받침 될 때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가정을 이끌어 나갈 때 너무 힘들어 하셨다. 자식이 인생에 있어 커다란 짐이 된 것이다.
자식을 낳아 키운다는 것. 돈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노력, 정성을 쏟아야 한다. 낳았다고 그들이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부모는 그들을 훌륭하게 키울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고 자식을 여러 명 낳는다면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다. '제 힘 보고 씨름판 가라'는 말이 있다. 자식 키울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부모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우리 아들. 결혼하면 몇 명의 자식을 가질 것인가? 결혼 상대방으로 자식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전업주부를 만난다고 하는데. 결혼하여 가정경제가 허락하면 거기에 맞추어 자식 수를 늘린다고 하는데. 돈 버는 것은 자신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아들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