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질 높은 콘텐츠 개발해야

2015.04.10 14:11:00

현대인은 다양한 대중 매체를 통해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얻고, 세상과 소통한다. 대중 매체는 개인과 세상을 연결하는 매체이다. 그 중에 텔레비전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이다. 남녀노소가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만나는 것이 텔레비전이다.

과거와 달리 텔레비전은 우리 주변을 장악하고 있다. 그것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때문이다. 2009년 국회에서 통과된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에 의해 신문의 방송사 겸업이 가능해지고, 기업의 방송사 지분 소유 허용에 대한 규제도 완화되었다. 이 같은 신문법과 방송법 그리고 그 외의 미디어 관련 법안의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종편 채널의 도입이 성립되었다. 2011년 지상파 방송처럼 보도와 오락·교양 등 모든 분야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채널이 탄생했다. 종편의 출현은 다양한 채널로 시청자의 선택권을 넓혔다.

종편의 출발 일성은 화려했다. 지상파를 뒤흔드는 변화의 신호탄, 선택권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 등 장밋빛 일색이었다. 실제로 처음 우려와 달리 선전하는 채널도 있다. 파격적인 뉴스 진행으로 시선을 끌고, 드라마로 지상파 시청률을 뛰어넘고, 예능과 교양 프로도 다양한 콘텐츠로 지상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종편은 기대 이하다. 제작비 때문인지 콘텐츠 개발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루 종일 뉴스에 소비를 한다. 그리고 겨우 예능 프로 한두 개 하는데 그것도 슈트디오에 앉아서 잡담하는 수준이다.

종편은 하루 종일 보도 방송을 하다 보니 새로운 것이 없다. 아침에 했던 이야기 오후까지 계속 이어진다. 앵커가 뉴스 한 꼭지를 말하고, 함께 자리한 토론자들이 그것을 스포츠 중계하듯 다시 떠든다. 토론자들은 나름대로 전문가라고 하지만 의심이 간다. 변호사, 정치평론가, 전직 경찰, 교수, 심리학자, 전 정당인 등 다양하다. 이들은 모여 앉아서 정치, 사회, 경제, 연예계까지 해설한다. 이러다보니 전문가 경계가 사라진다. 겹치기 출연도 예사다. 이 채널에서 했던 말, 저 채널에서 한다. 이들은 말이 전문가이지 계속 출연을 해야 하니까, 종편에서 원하는 이야기만 하는 듯하다. 일부 토론자들은 생각이 지나치게 치우쳐 있어 방송 출연에 접합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특별한 콘텐츠 없이 보도방송만 하다 보니 새로운 것이 없다. 심지어 사회적 사건이라고 판단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며칠이고 계속한다. 뉴스가 생산되지 않으니, 국내 정치인들이 한 말을 두고 의도를 해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북한 뉴스가 있으면 이것 또한 며칠씩 한다. 말 그대로 전파 낭비만 하고 있다.

종편 채널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들도 문제다. 객관적 입장을 지니지 못한다. 앵커는 이미 균형감을 잃고 진행을 하고 있다. 질문 자체도 이미 기울어져 있는 상태에서 나온다. 즉흥적인 생방송 진행으로 진행자나 패널들의 언어 표현도 정제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스튜디오에 앉아서 방송을 하다보면 제작비도 안 들고 편하다. 이런 안일한 방송 태도는 독이 된다. 도전이 없으니 성장을 하지 못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스튜디오에 앉아서 방송을 하다 보니 국제 정세에도 어두워질 것이 뻔하다. 어려울수록 현실을 이겨내고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려는 창의적인 시도가 있어야 한다. 종편은 말 그대로 종합편성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 시청 욕구를 해소하는 다양성의 확보를 위해 나서야 한다. 그리고 나가서는 지상파의 견고한 틀과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보도에 의하면, 58년 역사의 홍콩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국인 ATV(亞洲電視)가 내년 4월에 방송을 중단한다고 한다. ATV는 홍콩의 양대 공중파 방송 중 한 곳인데, 수익 감소에 시달려왔으며, 직원 임금을 체불하는 등 경영난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나라 일이지만, 우리 종편 현실을 보면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신문도 안 보는 사람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는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텔레비전에서 정보를 얻는다. 특히 인터넷 매체 등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텔레비전이 유일한 정보 습득 수단이다. 텔레비전은 안방에도 병실에도 군 내무반에도 없는 곳이 없다. 텔레비전은 바보상자라고 하는데, 종편을 보는 시청자들은 더 바보가 된다. 시청률로 살아남으려 하지 말고, 시청자의 선택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외로운 노인들은 텔레비전으로 마음까지 다독인다. 그런데 이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잡다한 정보만 배출해서 되겠는가.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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