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청산 가곡 음악회 참관기

2015.05.26 09:25:00

정겨운 우리 가곡,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한다. 사람들은 듣기도 좋아할 뿐더러 더 적극적인 사람은 직접 부른다.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배운 것이 떠오를 것이다. 실기평가로 가창이 있으면 그것을 대비하느라 수 십 번 불렀다. 그리하여 가곡 한 곡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것이다.

필자도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이 있는 곳이면 일부러 찾아가 음악을 즐긴다. 우리 가곡 또한 좋아한다. 1975년 대학 입학 시 실기시험으로 ‘사공의 노래(함호영 시 홍난파 곡)을 불렀다. 야간대학 국문과에 다닐 때에는 모임에서 ‘산촌’(이광석 시 조두남 곡)을 부르기도 하였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아주대학교에서 개최한 ‘한국가곡의 밤’에는 국내 정상급 유명 성악가 노래를 손꼽아 기다리곤 하였다. 당시 성악가들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무대 위에 선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무대 위에서 그들의 복장, 제스처 하나하나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영향을 받았을까? 테너 송승민 팬 카페 모임에 한 번 참석하고 한국예술가곡연주회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다. 율전중학교 제11회 졸업식(2012.2) 때에는 성악가를 초청하여 졸업식 분위기를 살리고 졸업생들의 졸업을 축하하였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끼리끼리 모인다. 청산(靑山) 정채균도 이 때 만났다.

‘제32회 청산 가곡 음악회’ 우리 가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음악회다. 그 동안의 출연진을 보니 성악 전공자, 성악 레슨을 받은 사람, 상당한 연주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무대에 선다. 2012년 9월 15일 첫 공연을 가졌으니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카페 회원만 1500명 정도이다.

얼마 전, 서울 관훈동 인산문화홀에서 열리는 이 음악회를 참관한 일이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기에 일부러 찾아간 것이다. 공연장인 백상빌딩은 인사동 골목과 가까이 있었다. 리허설을 하는 출연진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정채균님과 이명숙님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3년 전 카페 모임에서의 만남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1부, 2부, 3부로 이어지는데 모두 17명의 아마추어 성악가가 출연하였다. 출연자마다 음악에 대한 내공 연수가 다르게 보인다. 출연자 대부분이 성량이 풍부하다. 마이크가 필요 없다. 몇 분은 여러 번 출연한 경험이 있는지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이 가운데 여성 세 분은 처음 출연했다고 한다. 김희숙님은 멀리 광주에서 오셨다.

아무리 능숙한 출연자라도 무대에 서면 떨리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출연자들의 긴장감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아마추어가 아니다. 무대 출연복을 입고 당당히 무대에 섰다. 오늘 이 무대에 서기 위해 선곡을 하고 발표하기 위해 아마도 같은 곡을 수 십 번을 불렀으리라. 성악전공자로부터 사사도 받았을 것이다. 바로 이 과정이 대단한 것이다.

이번 음악회의 성공, 사회를 맡은 임승환 시인의 역할이 컸다. 시작 멘트와 함께 5월 가정의 달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작시를 낭송한다. 연주곡을 소개할 때에는 작사와 작곡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그것이 곡 감상과 이해에 크게 도움이 된다. 맨 마지막 다함께 부르기에는 ‘고향의 봄’ 작시자인 이원수님의 장녀가 함께 하니 의미가 깊다.

오늘 출연한 성악가들, 카페에 올려진 동영상을 보면서 스스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본다. 전공자나 출연진 여럿이 모여 서로가 서로에게 조언을 하여 준다면 어색함은 사라지고 지금보다 더 수준높은 음악은 물론 세련된 무대 매너가 나오리라고 본다. 아마 본인 동영상은 여러 차례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하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대표를 맡고 있는 청산. 그는 왜 이 음악회를 만들고 여러 동호인들과 계속 이어오고 있을까? 그의 말을 들어본다. “청산가곡 음악회는 주옥같은 시에 아름다운 선율로 날개를 입힌 우리 가곡, 한국인의 혼과 정서가 살아 숨쉬는 우리 가곡으로 삭막하고 혼란한 이시대의 스트레스를 정화하고, 우리네 정서를 함양시키는데 일조하며, 우리 가곡을 온 세상에 꽃 피울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들의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닐 것이다. 바로 자아실현이다. 본인이 꿈꾸던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일을 즐기며 생활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 가곡이 좋아 우리 가곡을 즐기고 온 세상에 퍼뜨리는 사람들. 정신적 여유를 즐기고 있는 이들이 부럽다. 장승포 바다의 추억을 노래 한 ‘그대 눈 속의 바다’(최종두 시, 우덕상 곡)의 선율이 귓가에 맴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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