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바뀌면 진짜 학교가 바뀔까

2015.07.14 10:05:00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수업 개선을 촉구할 때 많이 쓰지만, 원래는 책 제목이다. 일본 도쿄대학교 교육학연구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토 마나부의 저서다. 그는 우리나라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꽤 많다. 2006년 첫 번역 출판 이래 지금까지 대형 서점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이유는 수업 이론보다 수업을 직접 관찰하고 정확하게 분석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인기를 끌면서 책 제목도 주목을 받았다. 책 제목이 짧은 문장임에도 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이 명쾌하게 담겨 있다. 그런 탓인지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가 많다. 연수에 참여했는데, 장학관도 이 말을 예로 들어 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교사가 교육 개혁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라고 비유했다. 교사는 교육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라고 치켜세운다. 선생님들도 스스로 수업만 잘하면 학교가 즉 교육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한다.

맞는 말이다. 교실은 교육의 시작이다. 교실에서 살아있는 수업이 진행될 때 교육이 성장한다. 그동안 정부는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학교 시설 개선, 학급 당 학생 수 감축, 교육과정 개정 등은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 이런 것이 결국은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지금 학교는 고무적인 현상이 일고 있다. 학교 내에서 선생님들끼리 수업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선생님들이 수업을 고민하고 수업의 길을 스스로 찾고 있다. 아이들과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수업을 꿈꾸고 학생들의 배움을 위해 수업을 디자인한다.

길을 찾는 방법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외부에서 성장 동력을 찾으려고 했다. 대규모 연수에 참가하고, 유명세가 있는 강사들의 입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이제는 옆의 동료 교사, 선배 교사를 통해서 배우려고 한다. 가까운 수업 실천 사례 연수에 참여한다. 그리고 수업 관련 책을 사서 보며 혼자 연구에 매진한다.

이렇게 학교의 수업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데도 여전히 학교의 모습은 어렵다.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여럿이 있지만, 수업 외적인 환경에 있다. 교육을 위한 정책이 바람직하지 못하다. 매번 진행된 교육 개혁은 이념적인 타당성은 인정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고 일부 교육학자들이 참여하는 교육개혁은 학교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당연히 지시적이고 추상적인 논리로 접근하다보니 현장의 교사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교무실에 앉아서 하는 업무도 많다.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상급 기관 업무 처리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각종 정책도 결국은 교육의 위기를 해소하고자 하는 데 있다. 우리 교육이 국가의 발전을 이루었듯이, 미래에도 교육을 통해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교육을 어렵게 한다. 교육은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벗어날 수 없다. 아울러 사회의 문화적인 발달의 흐름을 접목시켜야 한다. 섣부른 교육 시책은 기초적인 교육 내용을 배제하고 피상적인 교육 목적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에 손을 대고, 임기 내 성과를 내려다보니 정책이 정착하기도 전에 새로운 정책이 들어선다. 4년마다 바뀌는 교육감으로 학교는 시도 때도 없이 흔들린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는데, 정책이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점검할 새도 없이 지나고 있다. 교육감 취향에 따라 학교가 적응해야 하는 것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미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기본 방향을 정립하고, 장기 발전을 위한 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상론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교육부처의 추진 계획과 정책은 법률적으로 독립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적 합의를 통해 범정부적·범사회적 차원의 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새 정부가 들어서도 기본 정책을 바꾸지 못하고 꾸준히 실천을 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다.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한 것이 수업이다. 학교에서 수업이 제대로 된다면 교육이 잘 된다.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라는 표현도 결국은 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비유적 표현이다. 이것이 그대로 수업만 바꿔서 학교를 바꿀 수 있다는 명제로 언급되어서는 안 된다. 이 논리를 교육 정책 당국자들이 계속해서 반복하는 데는 책임을 은근히 교사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교실에서 교사만 제대로 하면 교육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교실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기본일 뿐이지, 그것이 교육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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