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토끼가 생겼어요

2015.07.30 11:40:00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입니다.
그동안 우리 학교에서 기르고 있는 토끼가 새끼를 낳아서 두 번째 분양하는 날이거든요. 우리 1학년 교실에서 자란 3마리 토끼가 드디어 친구들 집으로 가는 날이랍니다. 지난 번 분양 받을 때 당첨되지 못했다고 엉엉 울어버린 지훈이가 1순위로 분양을 받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나는 아침마다 학교에 오면 토끼장에 가서 새끼 3마리를 교실로 데려왔습니다. 그리고는 학교 뜰에 나가서 토끼풀을 뜯어다 교실 사육장에 넣어 주고 토끼장 청소도 하는 일이 일과였습니다. 그 다음엔 학교 도서관으로 갑니다. 퇴근할 때는 어미 토끼에게 넣어주고 가기를 10여 일쯤 하고 나니 정이 들어서 보고 싶은 토끼가 되었지요.

그런데 요 녀석들이 조금 자라니까 낮잠도 안자고 얼마나 먹어대던지, 틈만 나면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토끼 먹이를 구해주곤 했습니다. 옥수수 잎도 잘 먹고 민들레 잎도 잘 먹었습니다. 특히 토끼풀 꽃을 제일 잘 먹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교실에서 생명을 가진 토끼를 기르는 일은 잔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했습니다.

2학년에 분양된 토끼와 구별하려고 머리에 붉은 색 네임펜으로 하트 표시를 해두었는데, 밤새 어미가 얼마나 핥아주었는지 다음 날이면 깨끗해져서 놀랐습니다. 새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토끼도 똑같다는 걸 아는 순간, 아이들은 자기 엄마를 생각했습니다. 자기들도 그렇게 사랑받으며 살아왔다는 사실에 감동했습니다.

우리 반에서 기르던 토끼 세 마리 중에서 두 마리가 두 아이에게 분양되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나가 놀면서도 토끼를 생각합니다. 들어오는 손엔 토끼가 좋아하는 풀을 뜯어옵니다. 집에 가서 주고 싶다며 담아줄 봉지를 찾곤 합니다.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듯 아름다운 마음을 갖게 하지요.

토끼들이 잘 자라서 아이들의 기쁨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생명 존중 교육은 생명을 가진 무엇인가를 직접 몸으로 기르고 다독이는 체험이 가장 큰 효과를 보입니다. 어릴 적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이웃집에서 놓은 쥐약을 먹고 죽던 모습을 보고 사흘 동안 밥도 안 먹고 울었던 제 유년의 기억 덕분에 나는 지금도 강아지를, 고양이를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죽음의 의미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강아지의 죽음으로 깨달았던 그 어린 날의 아픔이 최고의 생명존중교육이었으니!

“참으로 한 사람을 사랑하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고 말한 에리히 프롬의 사랑에 관한 명언은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토끼 한 마리를 사랑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우리 아이들도 토끼 엄마처럼 모성애를 발휘하고 있으니, 사랑의 위대함,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최상의 진리에 접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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