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신문과 방송에 새로운 것이 오르고 있다. 바둑 이야기다. 그것도 일반적인 바둑 이야기가 아니다. 프로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 즉 사람과 기계의 대결이다. 대국이 끝나고도 후속 보도가 따르고 신문에도 연일 전문가 칼럼이 실린다.
솔직히 말하면 이 대결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흔들지 몰랐다. 평상시에 바둑이 우리 사회의 중심에 자리한 적이 없었다. 기계와 인간의 대결 구도에도 익숙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AI는 조류 독감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알파고에 대한 지식이 없다. 아는 것이 없으니 재미를 발견하기 어렵고 관심도 없었다. 경기란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때로는 패자의 눈물이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 경기는 그런 기대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 깊은 곳에는 기계의 바둑 실력을 얕보고 있어서 더욱 흥미가 없었다.
내 관심과 달리 세상은 세기의 대결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결과도 의외였다. 신문에서 방송 뉴스에서 인공지능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생산되고 있다. 통찰력과 직관력은 인간 고유 영역으로 기계가 그 영역을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알파고가 그것을 뒤집었다는 기사다. 이제 기계가 인간의 뇌처럼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두려움까지 보이고 있다. 이번 대결은 인공지능 기술 진보라는 기대감을 불러왔다는 논조도 보인다. 반면 한낱 기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알파고에 세계 최고의 기사가 진 것은 충격이라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거라는 경계심을 드러내는가 하면, 인간의 패배는 대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에 따른 미래 전망도 구체적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향후 지구상에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회 각계 분야 대처도 각양각색이다. 바둑계는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 충격이니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알파고 같은 미래 먹을거리를 위해 서비스 발전법이 절실하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행정 관료는 서비스 발전법이 통과되면 한국판 알파고가 가능하다는 전망으로 맞장구를 쳤다. 정부 측에서는 알파고에 자극을 받고 민관 인공지능을 위해 컨트럴 타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런 반응은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지만 일부는 너무 민감하다는 느낌을 넘어 무지의 소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며 기계를 세련되게 만들고, 그 기계를 이용해 산업 생산성을 향상했다.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증기기관차를 만들어 공업 중심 사회를 열었다. 전기 에너지를 이용한 컨베이어 벨트는 새로운 산업 혁명을 가져왔다. 자동차 조립에 컨베이어 벨트로 생산 라인을 구축하면서 대량 생산의 포문을 열었다. 컴퓨터의 발전도 마찬가지다. 이를 활용한 생산성의 비약적인 확대로 인간의 삶은 풍요로움의 물결에 출렁이고 있다.
그렇다. 알파고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간이 지금까지 도전해온 기술 혁신의 과정이고 결과다. 이번 알파고는 끝이 아니다. 계속 인간의 지능이 진화하면 이보다 더 무서운(?) 알파고가 등장한다. 따라서 알파고는 두렵고 경계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논지도 엇나간 판단이다.
알파고는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이다. 그 뒤는 역시 프로그래머라는 인간이 있다. 지금까지 바둑을 두었던 모든 사람들의 정보를 컴퓨터에 모아놓은 것이다. 이세돌이 싸운 것은 인간이 만든 기계였다. 이번 싸움에 인간이 지고, 기계가 이겼다는 평판은 허점이 있다. 한번 싸움에 인간 존재의 능력에 대한 회의를 보이는 것도 지나치다. 기계에 대한 맹신도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인간의 도전이 한 단계 높은 성취를 이룬 것이다. 전패 위기 속에 포기하지 않고, 한 번을 이겼다. 힘겨운 싸움에서도 넉넉한 마음과 흐트러지지 않는 인간적 품격을 보였다. 그렇다면 인간도 이긴 것이 아닐까.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삶의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아울러 사회 변화로 직업도 끊임없이 변해왔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일자리의 수치 감소가 인간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는 판단은 잘못이다. 더 나은 인공 지능을 만들기 위해서 인간의 창조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AI 발달 위한 고품질의 일자리로 변화가 올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면 학교도 교사도 없어지는 시대가 온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전망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도전은 확실히 필요하다. 인간은 어차피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AI를 인간의 삶에 어떻게 이롭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이다. 새로운 교육을 통해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인공지능을 다스릴 수 있는 교육이 올바른 대응책으로 거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