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편지 쓰기를 시작하면서

2016.09.07 11:20:00

 어떻게 살까? 장래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잘 관찰하려고 한다. 그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시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용기, 지헤, 절제라는 덕을 중요시하였다. 이어 초기 기독교 신도들에게는 신과 교감하려면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으라고 가르쳤다. 이어 계몽주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열정을 굽혀 이성의 조언을 따르라는 조언을 들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개인적 욕구와 이기심을 추구하라는 메시지가 지배하였다. 이런 메시지는 우리가 본질적으로는 이기적인 동물이며, 좋은 삶은 소비적 쾌락과 물질적 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하여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에 우리는 불안한 미래를 바라보고 산다. 하지만 이런 미래와는 상관없이 현재의 유혹에 붙잡혀 대다수는 배움에 대한 의욕도, 호기심도 보이지 않는다. 멍하니 앉아 있거나 전혀 의욕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잠깐 쉬는 시간만 되면 허리를 책상에 붙이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의 도전 과제는 이런 기존의 것들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그와 다른 대안이 바로 공감이다. 자아의 영역에서 벗어나 어떻게 살아갈지를 알려줄 참신한 시각을 얻기 위하여 타인들의 눈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공감을 확산키는 길은 바로 대화이다. 그러나 이 대화도 곧 막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삶의 영역에서 필요한 것은 '공감의 정원사'이다. 이런 정원사는 학교 교실에서도, 회의실에서도, 교회에서도 필요하다.

이 정원사를 찾아보니 마치 '꽃 할아버지의 선물'이라는 책에 나오는 할아버지와 같다. 이 책은 글이 필요없는 그림책이다. 하지만 그림뿐이라고 해서 단순한 유아용 그림책은 아니다. 읽을 대상연령은 5세 이상이라고 되어 있지만 어른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만한 멋진 동화책이다. 이 책을 보면서 문득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 떠오른다. 혼자서 황무지 땅에 끊임없이 나무를 심은 양치기 할아버지는 묵묵히 나무를 심는 일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킨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말이 필요없는, 그저 소신 있는 행동, 즉 실천이다. 그런 면에서, 책 속에 단 한 줄의 글도 없다는 것은 굉장히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꽃 할아버지는 온통 잿빛인 마을에 오셨다. 어둡고 칙칙한 마을 분위기처럼 사람들의 표정도 우울하고 시무룩하다. 집집마다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꽃 할아버지는 '팝니다'라는 표지판이 있는 700번지 집에 살게 된다. 이분은 낡은 창문을 고치고 예쁘게 페인트칠도 하고 정원을 가꾸어 나간다. 잡초투성이 정원에는 어느새 파릇파릇한 잔디와 예쁜 꽃들이 활짝 피어났다.

마을 사람들에게 예쁜 꽃을 선물하면서부터 마을이 조금씩 바뀌게 된 것이다. 꽃을 든 사람들은 저마다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생겨난다. 싸우거나 친구를 괴롭히던 소년도 꽃 한 송이를 들고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된다. 한 소녀는 외로운 군인 할아버지에게 꽃을 선물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게 된다. 집집마다 창문가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나고 마을 사람들의 표정도 즐겁고 행복해보였다. 이제 마을은 알록달록 색색의 꽃들처럼 화사하고 아름답게 변했다. 이같은 변화가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학교라는 배움터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혀 불가능한 일일까?

흔히 '사랑해요.'라는 말을 대신하기 위해 꽃을 선물하듯이 이 책에서는 보는 사람들에게 '꽃처럼 아름답게 살아요.'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나에게는 이 꽃이 없으니 꽃을 대신하여 조그만 내용이지만 아이가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편지'를 전하고 싶은 생각이 밀려오고 있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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