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대전역을 지난다. 다시 공동(空洞)의 시간으로 돌아온다. 지난 9월 10일 교육과학기술부 주최로 서울교육연수원에서 개최된 자율형 공립고(개방형 자율학교) 종합보고회를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개방형 자율학교로 출발한 전국 10개의 자율형 공립고가 지난 3?4년간 시범 · 운영한 교육활동과 그 성과를 보고하고, 각 학교의 실적물들을 부스에 전시하는 행사였다. 예상했던 대로, 크기와 체제 그리고 내용 전개 등에서 변화를 시도한 우리 학교의 교육계획서가 인기가 있었던 터라 교무기획부장에게 물었다. “내년에도 이 체제로 만들겁니까?”하니 “좀 더 고민해야 되겠지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교교육계획서가 생각만큼 활용도가 높지 않기에 항상 아쉬움을 가진다. 학교교육계획서를 만드는 그 과정 자체만으로 의미를 찾기에는 노력이 아깝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신사동에 ‘원테이블 레스토랑’이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통째로 레스토랑을 빌릴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젊은 사장의 상상이 현실로 되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매일 연출된다고 한다. 생각의 전환이 작은 공간의 감성적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같은 악보여도 달라지는 ‘연주의 차이’
얼마 전, 모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중등교감자격연수에서 ‘학교교육계획서 작성의 실제’라는 과목으로 강의를 했다. 학교교육계획서의 체제보다는 만드는 과정에서의 학교공동체 참여와 교육활동 내용에 대해서 강조를 했다. 내 이야기의 핵심은 ‘어느 학교에 가져다 놓아도 교육활동이 잘 이루어 질 수 있는 학교교육계획서’가 아니라 ‘어떤 학교교육계획서라도 잘 실행할 수 있는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학교교육계획서도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때 과학교육의 혁신은 수준 높은 과학교육과정이나 교재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미국은 1960년대에 과학교육 혁명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고, PSSC(물리), CHEM Study(화학), BSCS(생물), ESCP(지구과학) 등과 같은 과학교육과정과 다양한 교재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학생들의 과학과목 선택률을 증가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과학교육과정보다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높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것은 ‘어떤 교사가 가르쳐도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육과정과 교재 개발’을 목표로 교사의 전문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어떤 교과서라도 잘 지도할 수 있는 교사’, 즉 교사의 전문성 신장에 역점을 두어야 하듯이 학교교육계획서 또한 그러하다는 생각이다. 교육현장을 바꾸는 것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전략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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