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4u충북 초등교사 사진동호회

2012.06.01 09:00:00

4월의 마지막 주말, 충북 지역 초등교사 사진 동호회 think4u 회원들을 만난 건 청주 상당산성에서였다. 짧은 봄날을 만끽하는 상춘객들로 가득한 그곳에서 이들은 봄꽃과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들의 솔직한 사진이야기를 들어봤다.


2004년 9월 4일 처음 결성된 이래 이들이 ‘think4u’라는 이름으로 함께한 지도 벌써 7년이 넘었다. 보은, 단양, 음성, 충주 등 근무지가 충북 각지에 흩어져 있는 탓에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인터넷 사이트(www.think4u.co.kr)를 통해 각자 찍은 사진을 올리고 정보를 공유한다.
“처음부터 교사들을 모아 사진 모임을 만들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think4u 사이트 운영자인 박윤희 교사(한국교원대 부설 월곡초)의 말이다.
“청주교대 동기인 친구 때문에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왕이면 같이 사이트도 만들고 사진도 올리자고 주변의 지인들을 한 사람씩 불러 모았는데, 그 사람들이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내던 교사들이었던 거지요.”

사진초보자로 시작, 이젠 전시회도 거뜬
다른 동호회와 구별되는 think4u의 특징은 회원들이 책임감을 갖도록 ‘유료 회원제’로 운영된다는 것과 사이트가 풍경, 인물 등 주제별이 아니라 개인별 갤러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유료 회원에게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갤러리 공간이 제공된다. 꼭 유료회원으로 가입하지 않더라도 사이트에서 신청만 하면 일반회원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현재 7명의 유료회원과 150명의 일반회원이 활동 중이다. 또 1년에 한 번 1박 2일간의 정기출사를 개최한다. 지난해에는 교원모임 연합전 일환으로 충북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전시회를 가진 바 있다.
지금이야 회원들이 충북도교육청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디지털 카메라 강좌에서 강사로 활동할 만큼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시작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박윤희 교사가 처음 DSLR카메라를 주문했을 때의 일이다.
“주문한 카메라가 도착했는데 렌즈와 바디가 분리되어 온 거예요. 분명 제품 사진 상으로는 렌즈가 붙어 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AS 신청하려고 했다니까요.”(웃음)
렌즈 탈부착이 가능한 DSLR 카메라의 기본 구조를 몰라 벌어진 웃지 못 할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수동 카메라를 직접 만들 정도의 실력자가 되었다. 박 교사뿐 아니라 금기열(단양 단양초), 이주철(보은 산외초) 교사 등 회원 다수가 화려한 공모전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주변에서 이 모임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8년 가까이 큰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자료와 노하우를 구축해 왔다는 것이다. 회장직을 맡고 있는 신창우 교사(보은 속리초)는 “사진을 매개로 모였지만, 교사 생활을 하며 느끼는 어려움들을 나누고 공유했던 경험들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고 말한다. “사진이 좋아서 모였지만 사람이 너무 좋아 정작 사진은 뒷전이 되었다”는 것이 회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우리 모두의 기억창고
최근에 새롭게 회원이 된 이찬웅 교사(한국교원대 부설 월곡초)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갤러리가 있다는 것을 think4u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다른 동호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지만, 거기에서는 사진들이 계속해서 업로드 되기 때문에 제 사진은 금세 지나가 버립니다. 하지만 think4u는 개인 갤러리로 구성되기 때문에 내 사진이 어떻게 발전해 가는지를 지켜볼 수 있어요.”
개인 갤러리에 담긴 사진들은 몇 장의 사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몇 달 전 사소한 문제로 think4u 사이트가 잠시 닫힌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장 걱정했던 사람은 회원들이 아니라 회원의 가족들이었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가족의 역사가 다 여기 담겨 있는데, 없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아내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신창우)
가족의 역사뿐 아니라 교사 생활의 역사도 갤러리 곳곳에 담겨 있다. 졸업한 제자들은 선생님이 생각나면 이 사이트에 찾아와 글을 남긴다. “첫 제자가 벌써 스물세 살이 됐는데, 그 아이들 사진도 다 여기에 있어요. 제자들은 이 사이트에 와서 자기 흔적을 찾곤 합니다. 기억창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거지요.”(박윤희)
이 ‘기억창고’가 이들에게 더욱 각별한 이유는 혼자만의 기억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굳이 직접 만나지 않아도 서로의 갤러리를 들여다보며 ‘이 집 애들이 이렇게 컸네’, ‘요즘 이런 교육활동을 하는구나’ 하며 일상을 공유한다.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가 혼자 쓰는 일기장 같은 것이라면, think4u는 회원들이 함께 써나가는 기록인 셈이다. 내가 찍은 사진과 사진에 담긴 일상을 가족처럼 지켜봐 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계속해서 사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학생과 교감하는 또 하나의 방법, 사진
저마다 사진을 찍는 스타일도 다르고 천착하는 대상도 다르지만, 회원들에게는 공통된 피사체가 있다. 바로 학생들이다. 이주철 교사(보은 산외초)는 회원들 중에서도 학생 사진을 많이 찍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도 자주 카메라를 들이대니까 애들이 또 찍는구나 하고 이제는 신경도 안 써요.”(웃음)
교실에서 함께 부대끼며 찍은 사진인 만큼 아이들의 표정이 자연스럽다. 또 그 아이만의 색깔이 자연스럽게 사진에 묻어난다. 이 교사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쏟는 관심만큼 사진이 나온다고 믿는다.
회원들이 학생들을 향해 카메라를 드는 이유가 단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이 자는 시간을 빼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 학교잖아요. 그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껴요. 무엇보다 아이들과 교감하는 데 사진이 큰 도움이 됩니다. 선생님이 자신을 찍는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선생님이 나한테 관심을 가져주는구나’라고 느끼니까요.”(금기열)
때론 한 장의 사진이 아이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찬웅 교사는 마음이 담긴 사진 한 장이 아이들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직접 경험했다.
“폭력적인 성향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도서실에서 그 아이가 책 읽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어서 반 아이들에게 보여줬어요. 그랬더니 그다음부터 반 아이들이 그 아이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늘 찡그리고 있던 그 아이도 자기 사진을 보고 웃던 모습이 잊히지 않아요.”
회원들이 동료 교사들에게 사진에 관심을 가지라고 적극 권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아이들을 정말 예쁘고 멋지게 찍어줄 수 있어요. 그 사진을 보며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 알게 되고 또 자신감도 생겨요.” 좋은 카메라와 뛰어난 촬영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을 예쁘게 찍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그들은 입 모아 말한다.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그런 마음이 있으면 자연스레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2014년 10주년, 추억 보따리가 풀린다
사진은 이야기다. 정지된 시간과 프레임 속에서 사진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think4u 갤러리에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가족에게,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람이 너무 좋아 사진은 뒷전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이들은 좋은 사진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프레임 밖으로 퍼지는 울림이 있으려면, 무엇보다 대상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있어야 한다. think4u, 이름 그대로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 think4u 회원들은 2014년이 되면 10주년을 기념해 단독 전시회를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자리에는 그간 찍어왔던 수많은 추억과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전시될 것이다. 마음을 담아 찍은 그들의 사진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미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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