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인성교육 - 드라마 ‘허준’과 ‘대장금’

2015.12.01 09:00:00

저는 드라마 '허준'과 '대장금'을 좋아합니다. 긴 드라마 시리즈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봤지만 여전히 여러 장면에서 몸에 소름이 돋고 눈물 나고 가슴 벅차 합니다. 온갖 시련 앞에 무너지지 않고, 억압 앞에 굴복하지 않고, 탐욕 앞에 타락하지 않는 높은 인격과 인품의 대인들이 등장합니다. 반대로 권력에 비굴하고, 중상모략에 희열하고, 욕심에 타락하는 동물보다 못한 소인배들도 줄줄이 나옵니다.

이러한 한국 드라마가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습니다. 정의를 위해 칼을 빼들거나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웅대한 이야기여서가 아닙니다. 그 대신 인간의 도리와 덕목과 행실이 어떠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잔잔하고 은은하게 그려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장금’에서 그려진 인성을 한국적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계는 그게 바로 인류 보편적인 가치관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한국의 인성 내용이 가히 세계적이라는 증거입니다. 이에 저는 자랑스러움과 안심과 희망을 느낍니다. 세계 최고의 인성 모델이 우리 역사와 문화에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삶과 인간관계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행실도를 지닌 민족은 결코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보배를 우리가 다음세대에 계속해서 물려준다면 큰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깁니다.

대청마루와 부모님의 무릎
세계적인 인성 콘텐츠가 수천 년 동안 대를 이어 내려왔으니 그 가치를 전수하는 ‘인성교육’ 방식 또한 대단했다는 증거입니다. 고구려에는 경당이 있었고, 신라에는 화랑이 있었고, 고려와 조선에는 서당이 있었지만 아마 가장 중요한 장은 모든 가정에 있었던 대청마루와 부모님의 무릎 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대청마루가 사라졌고 아이들이 어른 무릎 위에 앉을 기회도 사라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의 인성이 많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로 괴롭히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정도로 잔인하고 몰인정한 행동을 하는 가해자가 아직은 소수라고 하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그런 비인간적인 행동을 보고서도 못 본 척하는 방관자가 되었습니다.

새삼 놀랄 일이 아니지요. 인성을 전달하는 인성교육의 방법과 장이 사라지니 인성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입니다. 갑자기 벌어진 현상이 아닙니다. 민주화라는 새 질서를 세우기 위해 계급사회의 구질서와 가치관을 무너트렸습니다. 산업화라는 거대한 물결이 대가족을 해체시키고 사람들의 대이동을 촉발하였고 결과적으로 마을 공동체가 증발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후기산업화를 맞이하면서 핵가족마저 해체되고 있습니다. 사람 사이에 기계가 끼어들어 인간관계를 교란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카오스에서 기존 질서가 무너지지만 새로운 질서와 관계역학이 탄생될 것입니다. 동양이나 서양의 전통적 모습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사회 구조와 생활방식이 생겨나고 새로운 가족 관계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성숙하게 만들고 지속하게 만들고 아름답게 만드는 인성의 본질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단지 교육 방식이 새로워져야 하겠습니다.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최고의 실력
저는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안타깝습니다. 세계 최고의 인성 콘텐츠를 보유하고서도 우리 아이들의 인성 수준이 세계 최하위이니까요. 세계가 흠모할 정도로 훌륭한 인성 콘텐츠를 물려받고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못하는 실수는 쉽게 용서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새로운 세상에 걸맞은 인성교육 방법을 빨리 개발해야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동방예의지국의 명예를 되살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인성이 집단지성 시대에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모든 사람이 갖추어야 하는 최고의 실력이기 때문입니다.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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