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통제 수단으로 변질된 재정지원사업 전면 재고해야"

2017.01.22 09:57:44

정원 감축, 구조개혁 등 정책 유도지표 배제 필요
사업 수주기관으로 전락… 학내·외 갈등 조장

정부가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을 속속 발표하는 가운데 각계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17일 4년제 대학 42개교에 대해 743억 원을 지원하는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ACE+)의 신규 대학 선정 공고를 냈다. 이에 앞서 11일에는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 전문대학(LINC+) 육성사업 공고를 내고 59개교에 대해 888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장미란 교육부 대학재정과 과장은 "지난해 7월 발표한 대학 재정 지원 사업 개편 방향에 따라 9개 사업을 올해부터 4개로 단순화해 사업을 확대 개편하면서 신규 신청을 받는 것"이라며 "대학구조개혁 등 정책 유도 지표의 점수 비중을 낮추고 정성평가의 비중을 높이는 등 개선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이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비판과 함께 근본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주관으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대학 줄세우기식 대학 재정 지원사업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노 의원은 "이화여대가 정유라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의 대가로 대학 재정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는 의혹이 이어지면서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대학을 관리, 통제하는 수단으로 재정 지원이 이뤄져서는 안되고 대학 스스로 연구 역량 강화와 미래 비전을 설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 현장에서는 재정 지원 사업이 대학의 통제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희 대구대 교수는 "대학의 정원 감축이나 구조개혁 실적  등 여전히 재정 지원 사업의 목적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정책 유도지표로 가산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구조개혁에 참여하지 않거나 고등교육기관 평가 인증을 신청하지 않은 대학에 사업 신청 자체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정부 주도의 하향적 지원 방식은 대학의 이념과 특성을 제고하는데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지원사업 영역을 교육, 연구, 산학협력이라는 3가지 대학교육의 기본 기능으로 단순화하고 대학의 자율적 역량을 높일 수 있는 평가 지표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수목적 지원 사업 일변도의 재정 지원방식에 대한 개선 요구도 나왔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참여정부까지는 기본 요건을 갖춘 대학에 일정 수준의 재정을 지원해주는 일반 지원 사업이 중심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부터 특수목적 지원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재정확보를 위한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져 대학은 사업수주기관으로 전락했고 내부 갈등도 심각하다"며 "이제는 정부가 대학 재정 자체를 확대하고 대학재정 배분 방식을 개편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고등교육 예산 9조 2322억 원 중 국가장학금, 국립대학 운영지원을 제외하면 실질 고등교육 예산은 2조 9434억 원에 그쳐 400여 개 대학이 재정 확보를 위해 사업 수주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 교수는 또 "평가 지표 자체가 사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전임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원 등 유사한 지표로 구성돼 있어 타당성에 문제가 있고 대학의 획일화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위해 정부 주도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학교경영본부장은 "교육부가 공고를 내면 대학이 따라가는 현행 구조를 개편해 대학 스스로 수준·분야·지역 등을 고려해 리그를 구성하고 리그별로 최소 요건을 제시해 자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문영 기자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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