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능력개발평가 이대로는 곤란하다

2017.02.05 11:30:43

교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된 교원능력개발평가(이하 교원평가)가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야 함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교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당초의 취지대로라면 교원의 전문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사기를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교원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개선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또다시 문제점을 지적하는 필자의 마음이 가볍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은 폭탄을 돌리는 것과 같기에 지적을 하고자 한다.

 

지난해 교원평가에서도 여지 없이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그 여러가지 문제점을 모두 지적하는 것은 재탕하는 것 같아서 그중에서 정말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은 것을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바로 주관식 평가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유롭게 해당교사에 대한 의견을 쓸수 있는 공간에 대한 것이다. 선생님을 칭찬하거나 개선점을 자유롭게 적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 공간에 입에담기 어려운 악의적인 글을 쓴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교사들에게 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평가결과를 받아본 교사들 중에는 극히 주관적인 의견으로 소위 욕을 얻어먹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 뿐 아니라 학부모평가에서도 이런 현상이 간혹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에게 바라는 점이나 좀더 신경써 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들을 기재하거나 선생님의 좋은 점을 기재하여 사기를 높여주는 공간임에도 학생과 학부모가 악의적인 내용을 매우 심각한 표현으로 남긴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령, '너 같은 ○○가 선생이냐?', '너처럼 가르치는 것은 나도 할 수 있다.'는 등의 표현이다. 이런 평가지를 받아든 교사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심각한 경우는 병원치료까지 받아야 한다. 물론 모든 학생이나 학부모가 해당 교사에게 공통적인 내용을 기재 했다면 교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보편적이지 않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고래가 왜 춤을 추었는가 생각하고 교원평가에 참여하는 성숙된 모습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악의적인 평가를 해도 해당교사나 학교에서는 속수무첵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을 해야 한다. 무차별적인 악의적 댓글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다. 명예훼손등의 법적인 문제가 있일 경우는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 당연히 그 글을 올린 사람을 찾아 낼 수도 있다. 교사에 대한 민원이 제기될 경우에도 해당 민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러나 교원평가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교원평가에서는 누가 썼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교사들 입장에서는 해명할 방법이 없다. 물론 해당교사와 관리자 외에는 내용을 볼 수 없지만 보고나서 그대로 당하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교원평가이다. 악의적인 내용을 포함하여 욕설등 상대방에게 누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올라온 경우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욕설등의 표현은 입력 자체가 되지 않도록 금칙어 처리 하는 등의 기초적인 예방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EBS뉴스에 따르면 전체 교사 가운데 11.9%가 ‘확실 우울증’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확실 우울증’이란 당장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 우울증 단계인데, 교사 10명 가운데 1명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우울증 ‘주의’ 단계에 속한 교사들(28%)까지 합하면 약 40%의 교사들이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라는 것이다.

 

굳이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교사들이 교원평가를 통해 상처를 받고 사기가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경쟁력을 저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전문성을 높인다는 당초 취지가 교사들이 뭇매를 맞는 엉뚱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취지에 어긋나는 부작용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2017학년도 교원평가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런 문제를 포함하여 그동안 나타난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 교사 hanmaeem@hanmail.net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