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청렴 에세이 우수상 수상작 '아내의 손'을 읽고 큰 감동이 있었다.
‘아내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이었다. 차가운 내 손도 이내 따뜻해져오고 있었다.’ 이 대목이 내 가슴을 찡하게 울렸다. 아내의 남편에 대한 따스하고 청렴한 마음이 남편에게 진심으로 전해졌으리라!
산하기관 박 과장의 청탁이 나쁜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으로서 가정을 위한답시고 순간적으로 청탁성의 뇌물을 받은 것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남자로서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심적 갈등을 겪다가 불의한 행동을 한 것도 잘못된 행동이다. 검은돈으로 아내에게 목걸이를 선물했지만 그 목걸이를 볼 때마다 본인은 자신의 떳떳하지 못한 행동과 양심을 속였다는 자책감 때문에 괴로웠을 것이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아내의 권유로 박과장에게 다시 봉투를 돌려주었지만 본인은 그동안 얼마나 불안하고 마음의 갈등을 겪었을까?
이 글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우선 공직자로서 자신의 아픈 기억을 솔직히 고백할 수 있는 용기에 뜨거운 찬사를 보내고 싶다. 더구나 가족이 함께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자는 제안이 참 가슴에 와 닿았다. 가족 구성원이 하나 둘 모이면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때문이다. 가족이 함께 검은돈의 유혹을 뿌리치도록 청렴 사례집을 가정으로 발송하여 함께 공유하자는 의견도 참 좋은 방법이다.
반면 저자와 좀 이견이 있는 부분도 있다. ‘청탁성의 뇌물 수수는 본인의 욕구 충족이나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가정을 가진 남자의 경우 아내를 포함한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어쩌면 1차적으로 본인의 욕구 충족이나 즐거움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왜냐하면 대부분 뇌물을 받고 가정 살림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도박이나 일시적인 쾌락을 즐기는 등의 유흥비로 탕진하는 사례를 매스컴에서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솔직히 청탁성의 뇌물이 가정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청렴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자신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어려서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우리 사회에는 절대로 공짜가 없으며 단돈 10원이라도 내 것이 아니면 손을 대거나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을 철저히 교육받아야 한다. 우리들은 늘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부와 명예와 지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초월하여 욕심 없고 양심적인 인간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검은 돈의 유혹 뒤에는 반드시 옳지 못한 부당한 요구가 뒤따른다. 어느 한 사람이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이나 편의를 취하면 그에 따라 억울한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올바른 세상의 법이 무너지게 되고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들은 사소한 유혹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비교적 이해관계가 없고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는 좀 요원한 세상의 이야기로 들릴지 몰라도 동시대의 대변인인 교사들의 언어 한 마디와 행동 하나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나다.
이 글을 읽으면서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았던 커피 한 잔이나 가벼운 선물도 앞으로는 받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오랫동안 시골 학교에만 근무해서 특별히 청탁의 유혹은 없었지만 스승의 날이라고 해서 받았던 양말이나 손수건 등도 어쩌면 나의 청렴지수를 시험해보는 중요한 수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글을 읽으며 갑자기 초임 발령을 받아서 여러 선배 교사들 앞에서 서약했던 공무원 선서가 생각이 났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30세의 늦은 나이에 군대를 마치고 처음 발령을 받은 6학급의 시골학교에서 환영식을 해준다며 회식을 하면서 교장선생님께서 손수 작성해 온 공무원 선서를 여러 선배님들 앞에서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당시에는 좀 겸연쩍고 어색했지만 다시 한 번 공무원 선서를 되새겨보니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각오를 할 수 있는 큰 교훈이 되었다. 최근 취업난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공무원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다고 한다.
폐허의 땅에서 오늘날과 같이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경제 대국 대한민국이 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국민의 봉사자로서 공무원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에게 청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덕목으로서 우리가 아침 점심 저녁 삼시세끼를 매일 먹듯이 365일 언제나 청렴해야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을 모든 공무원이 명심했으면 좋겠다.